靑의 '직권 취소 불가' 원칙도 무시하고…대법 판결도 안나왔는데…

적폐위 "법외노조 직권 취소하라"
노동법 관련 조항 삭제도 요구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관련
노사합의로 정규직 전환 중인데
"직접 고용하라"며 압박
고용노동부 적폐청산위원회(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김영주 고용부 장관에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가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 개정 없이 직권 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정면 배치된 내용으로 내놓은 권고안이다. ‘적폐 청산’을 명분 삼아 법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판결을 뒤집으라니…

1일 적폐청산위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내놨다. 적폐 청산을 목적으로 한 이 위원회는 친노동계로 분류되는 학계·법조계 인사로 고용부에 꾸려졌다.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9개월간의 활동이 종료됐다.

'전교조 합법화' 권고한 고용부 적폐청산위

이번 권고안에는 초법적인 노동계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적폐청산위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 “즉시 직권으로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또 통보의 법적 근거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정부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을 삭제하라고 했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한 이후 비(非)근로자인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통과시켰다. 고용부는 수차례 시정 요구에도 전교조가 버티자 2013년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전교조는 이후 줄곧 ‘직권 취소’를 요구하며 농성과 연가 투쟁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권고안은 청와대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6월 김영주 장관이 전교조 지도부와 만나면서 법외노조 직권 취소 가능성이 언급되자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이미 1·2심 재판부가 법외노조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을 내린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법 전문가들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사안이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권고 결정으로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성과 법외노조 취소의 당위성이 재확인됐다”며 “고용부는 직권 취소를 즉각 이행해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노사합의 무시… 불법파견 낙인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권고안도 논란거리다. 적폐청산위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부가 ‘직접고용 명령’ 등 적극적인 조치를 조속히 취하라고 권고했다. 2007년부터 법원이 자동차업종 사내 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에도 고용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적폐청산위 설명이다.

산업계에선 노사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현대자동차는 2012년부터 노사 합의에 따라 사내하청 업체 비정규직 6000여 명을 채용했고, 2021년까지 35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생산직은 불법파견 논란이 일자 대부분 직접 고용했고 일부 협력업체 직원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노사 합의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불법파견으로 낙인 찍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구은서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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