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반도 중·서부 지역 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어선 가운데 8월1, 2일엔 더 강한 폭염이 한반도를 달굴 전망이다. 티베트 지역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대륙을 통과하면서 더욱 뜨거워진 상태로 한반도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티베트 고기압은 해발고도 4500m 상공에서 발달하는 고기압이다. 지난 7월 중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함께 ‘열돔'을 형성해 한반도에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이 됐다. 이번 더위는 다음주 중반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열돔에 갇힌 한반도… 이번주 사상 최악 폭염
◆올여름 최고 수준 더위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38.3도, 수원 37.5도, 대전 37.1도, 광주 37.0도 등으로 한반도 중·서부 대부분 지역에서 전날보다 기온이 올라갔다. 비공식 기록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따르면 서울 서초에선 낮 한때 38.9도를 기록했다.

한반도 폭염 부른 고기압
한반도 폭염 부른 고기압
전문가들은 1일과 2일에 폭염이 가장 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7월 중순 폭염의 원인을 제공한 북쪽 고기압보다 한층 더 뜨거운 고기압이 내려오고 있다”며 “1, 2일에 역대 최고 수준의 기온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고기압의 기온이 서울 온도가 38도를 나타냈던 지난 21일보다 3도 이상 높다”며 “다음주 중반까지도 서울은 최고기온이 35~36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주일간 태풍 ‘종다리’가 몰고 온 동풍이 동해안으로부터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변하는 ‘푄 현상’으로 한반도 중·서부가 뜨거워졌다면, 이번엔 북쪽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고기압 영향권으로 폭염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한반도 상·하층 기류가 안정돼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낮 최고 기온은 계속 37~39도를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된 ‘열돔’과 강한 일사로 폭염이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열돔은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에서 반구 형태의 열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는 현상이다. 폭염은 다음주 중반 이후 누그러질 전망이다. 반 센터장은 “다음주 중반 이후로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고기압 영향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해 다소 기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 피해도 급증

폭염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올해 전국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2201명을 기록했다. 이 중 27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6년 2125명(사망 17명)을 이미 훌쩍 넘어선 수치다. 절반이 넘는 1211명의 환자가 폭염에 탈진하는 열탈진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열사병 환자도 524명이었다. 전체 환자의 78%인 1718명이 야외에서 온열질환에 노출됐다.

폐사한 가축 수는 3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15개 시·도에서 폐사한 가축 수는 314만8233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4% 증가했다. 농작물 총 피해 면적도 축구장 216개 크기와 맞먹는 157.6ha에 달한다. 폭염으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163억4400만원으로 추정된다.

박진우/이지현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