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언론 등의 동향을 살피며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를 위해 확인했던 문건 전부를 법원 전산망에 공개했다. 조사한 410개 문서파일 중 공개되지 않았던 228건 가운데 중복된 32개 파일을 제외한 196개 파일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3건의 내용은 여전히 비공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국회의원들의 동향 등을 분석했다.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해 국회 전략방안을 마련하고 그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는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전략 △상고법원 관련 야당 대응전략 △상고법원 관련 법사위 논의 프레임 변경 추진 검토 등의 파일을 통해 확인된다. 한 문건은 “상고법원안에 대한 법사위 내 야당 의원들의 무관심, 반대 기류가 심각한 상태”라면서 의원 개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설득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상고법원 도입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도 곳곳에 드러났다. 특정 언론사에 대한 보도 요청사항과 첩보보고 등의 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변호사 단체 관계자들이 검찰 참고인 조사 이후 폭로한 것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드러났다. ‘상고법원 입법추진 관련 민변 대응전략’이란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야당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민변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무시’와 ‘설득’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