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직후 작성 추정 경위서 공개…국제인권법연구회 비판도
임종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허위보도…명예회복 해달라"
사법농단 사건의 주역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최초 제기돼 퇴직한 이후 경위서에서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31일 추가 공개한 행정처 문건 가운데에는 임종헌 전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작성한 경위서가 포함돼 있다.

정확한 문건 작성 날짜는 특정돼 있지 않지만, 3월 19일 퇴직한 직후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 전 차장은 우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시발점이 된 이탄희 판사의 징계성 인사 조치 의혹 보도에 대해 "진실과 거리가 먼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임 전 차장은 "(2017년)2월 10일 이 판사를 1분 정도 만난 뒤 사직서를 제출한 2월 16일까지 직접 접촉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국제인권법연구회의)공동 학술대회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실제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이 판사에게 부임하기도 전에 기획조정실장도 거치지 않고 예민한 업무지시를 한다는 것은 업무처리 관행상 상상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 판사의 의사를 존중해 안양지원 복귀 인사를 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와해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정 학회 활동을 견제하거나 세미나의 연기·축소를 위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국회와 정부 등을 상대로 한 현안을 처리하기에도 바쁜 행정처가 견제를 검토할 여유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다만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예산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하기도 했으나 반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제 집행하지는 않았다"며 "특정 학회 활동의 견제나 압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 예규를 위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설립 과정부터 중복가입 금지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고의적으로 위반했다"며 "이는 다른 연구회의 소극적인 예규 위반과는 구별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인권법연구회 일부 회원들은 '인권과 사법제도 연구를 위한 소모임(인사모)'를 결성해 상고법원, 사실심 충실화, 바람직한 합의부의 조직과 운영 등 국제인권법과 무관한 사법행정 현안에 대한 연구 활동을 했다"며 "전문법률분야 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예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경위서에 '요청하고 싶은 사항 등' 항목에는 "저는 진실과 거리가 먼 허위보도로 인해 30년 법관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했다"며 "이번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백히 규명돼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