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피해 학생 전수 조사 공개…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
3년전 성비위 사건 은폐 의혹 제기…피해 최소화 스스로 포기 지적
"어떻게 선생님이 제자에게 이러나" 성희롱·성추행 백태
"큰 귀걸이 하면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같다, 고년 몸매 예쁘네! 엉덩이도 크네, 뚱뚱한 여자가 치마 입으면 역겹다"

광주시교육청이 전수 조사를 한 여고에서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들은 피해 진술 중 일부분이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여고생들에게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말들이 학생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몸매가 그게 뭐냐 다 망가졌다"거나 "여자는 애 낳는 기계"라는 등 여성 비하 발언도 속출했다.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욕설이나 다름없는 언어폭력 피해도 나왔다.

"돼지 같은 년"이라거나 "야 이 미친년아"라고 부르거나 "설거지나 하고 살아라." 등 상대방과 싸울법한 상황에서나 내뱉는 말들을 교사들이 청소년들에게 했다.

특히 신체적 접촉 즉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학생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피해 학생의 2차 피해를 우려해 성추행 부분을 매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어떤 교사는 "너는 내 이상형이다"며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다른 교사는 여고생의 등을 쓰다듬으며 속 옷 끈을 만졌고, 허리와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쓰다듬는 선생님도 있었다.

공개하지 않은 성추행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고 수위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조사결과 이 학교에서 이같은 성희롱·성추행을 저지른 교사는 현재까지 11명으로 밝혀졌다.

이 숫자는 "저 선생님에게 내가 직접 당했다"라는 직접 피해자 진술로 확인된 교사에 한정한 것이다.

간접 피해까지 합하면 가해 교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피해 학생 숫자를 특정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재남 정책기획관은 31일 "한 교실에서 반 전체 학생에게 한 말로 모든 학생을 피해 학생으로 특정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많은 학생이 피해 사실을 밝힌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자체 전수 조사에서는 860여명의 전체 학생 중 약 180여명의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학교에서 3년 전 발생했던 성비위 사건이 은폐됐던 경위에 대해서도 "재단에서 보고를 성실히 하지 않으면 교육청이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은 현재 1대1 개별 면담 방식으로 학생 전수 조사를 다시 하고 있다.

가해 교사로 지목된 선생님 11명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우선 분리조치 하도록 학교에 요청했다.

조사결과 관련자 전원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도 할 방침이다.

교사들의 성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성 비위 예방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교사의 성희롱·성추행이 비단 이 학교에만 국한되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 학교는 3년전 시교육청에서 교장을 파견하고 관선이사가 학교를 지도감독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 사건을 법과 규정대로 처리했다면 이 같은 성비위 사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재남 기획관은 "조기 방학으로 교원과 학생을 분리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며 "강사와 기간제 교사 채용도 지원하고 상담이 필요한 학생에 대해서는 심리상담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