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에 대해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의미있는 증언이 나왔다.

가족 캠핑 중 실종된 30대 여성이 지금껏 알려진 편의점 물품 구매 이후 추가 행적을 추정해 볼 만한 진술 등을 경찰이 확보했다.

31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새벽 환경미화원이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방파제 월파 방지턱 위에서 실종여성 최모(38·경기도 안산)씨가 편의점에서 산 것으로 보이는 물품을 치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편의점 CCTV 영상을 보면 최씨는 실종 직전인 25일 오후 11시 5분께 세화포구 근처 편의점에서 김밥과 소주, 커피, 종이컵 한 줄(10개) 등을 샀다.

환경미화원은 주변 청소 당시 종이컵 1개가 없었으며 9개는 그대로 있었고 소주병은 거의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인 것으로 알고 이를 치웠고 29일 이후 경찰이 공개수사에 들어가면서 이를 알고서 경찰에 알렸다.
제주 실종 여성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제주 실종 여성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제주동부경찰서는 최 씨 실종 후 실족사로 방향을 잡고 나흘간 경찰, 해경, 해군, 소방 등 230여명을 동원해 육지, 해안가, 바다 등을 수색했으나 행방을 찾지 못하자 29일부터 가족의 동의 하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당초 최 씨 가족이 놀던 카라반 위치가 방파제 끝부분에 위치해 있었다는 점에서 실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단순 실족사로 보기에는 의문점이 여러가지다.

안산에 살고 있던 최 씨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도에 캠핑을 온 것은 지난 7월 10일.

이들 부부는 25일날 밤 11시경에 술을 한잔한 상태였고 최 씨는 물건을 좀 더 사러 간다 하고 4분 거리 약 400m 거리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한 후 행적이 묘연해졌다.

26일 새벽 3시경 인근 항구에 있는 선박의 선장이 근처에 휴대폰하고 카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를 함으로써 실종된 사실이 발견됐다.


◆ 최 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실족사?

CCTV 속 화면을 통해 최 씨는 민소매 티와 반바지. 간편복 차림에 분홍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소주 1병과 김밥, 커피를 구입해서 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원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기로 하고 얼음잔과 커피를 들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만취한 모습으로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 씨 남편은 소주를 반 병씩 나눠 마셨다며 취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족'은 말그대로 실수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것인데 당시 상황에 대한 남편 증언에 따르면 최 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이미 2주가량 그 캠핑장에서 생활하며 편의점도 자주 드나들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실족사가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다.


◆ 슬리퍼는 떠내려가고 휴대전화 카드는 포구에서 발견

가장 의문점이 드는 것은 카드와 휴대전화는 포구 위에 있고 신발만 물속에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에 실족을 했다면 카드와 휴대전화도 함께 물속에 있어야 되는 게 정상이기 때문.

최 씨가 일부러 뛰어들지 않는 이상은 그 두 가지 물건을 밖에 놓고 본인이 뛰어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건데 실족은 그런 게 아니라는 의문이다.

게다가 최 씨의 슬리퍼 한 쪽은 캠핑카로 가는 화장실 부근 육지에서 발견됐고 나머지 한 쪽만 2.7km 떨어진 세화항 내에서 발견됐다.

YTN 뉴스에 출연한 전문가들도 "누군가가 강제로 밀어넣었거나 아니면 혹시나 안 좋은 일을 당해서 유기가 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면서 "경찰이 그냥 너무 성급하게 실족사로 몰고 가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경찰은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 함께 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여러 정황상 실족될 가능성이 더 낮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바닷가에서 혼술 하던 최씨에게 무슨 일이

최씨의 남편 A(37)씨는 26일 0시 20분께 잠에서 깨어나 아내가 없는 것을 보고 찾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최씨는 25일 오후 11시 5분께 편의점에서 물품을 산 후 도보로 2∼3분 걸어서 방파제 입구까지 갔으며 밤바다를 보면서 혼자서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남편이 깨어나 찾기 시작한 26일 0시 20분 전까지 1시간 10여 분 사이 행방이 묘연해졌다.

남편 A씨는 아내를 찾다가 15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3시 21분께 최씨의 언니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최씨가 바다에 실수로 빠졌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과 범죄 피해를 봤을 가능성 등 모든 점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