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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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한 번도 이성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 출석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다. 피고인과 그를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주장에 괴로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미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면서 "내가 유일한 증거인데 내가 사라지면 피고인이 더 날뛰겠구나 생각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길이라 생각해 생존하려 부단히 애썼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어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으로 몰아갔다. 나는 한 번도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며 "수행비서는 지사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그걸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이전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안 전 지사에 유리하게 증언했던 동료와 부인 민주원 씨를 저격했다.

이어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지사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면 어디도 못 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평판조회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지사 말 한마디로 직장을 못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며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건 왕자병이다"라고 비난했다.

김 씨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나의 희망이다"라고 호소했다.

앞서 공판에서는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 씨가 남편에 대해 이성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새벽 4시에 부부 침실에 들어오기도 하는 기행을 범했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양측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리며 팽팽한 법정 공방을 이어온 터.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의견 진술과 구형, 피고인 측의 최후변론, 최후진술 등이 이루어진 뒤 드디어 1심 선고공판 일자가 정해질 예정이다.

안 전 지사와 김 씨간의 4개월이 넘는 첨예한 공방전에 사법부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