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이 폭파 주범 김현희 씨(56)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가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김 씨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KAL858기 희생자 가족을 ‘종북좌파, 종북세력’이라고 비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시민활동가, 종교인 등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만든 ‘KAL858기 진상규명 대책본부’에 대해서 ‘친북성향 단체’라고 지칭해 활동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받는다. 희생자 가족회와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이 같은 혐의로 김현희를 고소했다. 희생자 가족들이 김 씨를 형사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AL858기는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안다만 해상에서 실종됐다. 당시 안기부 수사결과 김씨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김씨의 진술 외에 김씨가 북한 공작원이라거나 KAL기가 폭파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31년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