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실제로 다뤘던 전문가…교착 때마다 돌파 경험"청와대는 23일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던 박선원 전 주상하이 총영사가 최근 사퇴하고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과 관련해 답보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전 총영사는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6자회담과 비핵화·북핵 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다뤘던 전문가로,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그를 '꾀주머니'라고 했다"고 말했다.김 대변인은 "당시 6자회담과 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박 전 비서관이 능력을 발휘해 돌파한 경험들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지금 비핵화와 안전보장 문제 등 북미회담이 중차대한 국면에서 박 전 총영사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박 전 총영사가 총영사로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사퇴한 것은 주재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대사와 영사는 성격이 다르다"며 "대사는 주재국의 아그레망을 받고 직접적 외교관계를 하지만 총영사는 교민 관리 등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르고 그런 의미에서 아그레망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주재국에 대한 예의 차원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노 당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외교·안보 실세 역할을 했던 박 전 총영사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으며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안보실 차장 또는 국정원 차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상하이 총영사로 발령났다./연합뉴스
검찰이 2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수뇌부 인사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임 전 차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의 소환 조사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원이 임 전 차장을 제외한 다른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넘어야 할 산이 아직은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검찰은 지난달 21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번 수사를 본격 시작했다. 현재까지 관련 형사고발이 30건 안팎에 달하고, 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난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만으로도 이미 강제수사에 착수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왔다.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는 대신 대법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방식을 택했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을 존중해서다.하지만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여전히 임의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원행정처는 임 전 차장과 기획조정실이 사용한 하드디스크 12개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자료는 모두 제출을 거부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등의 컴퓨터에서 '재판거래'를 의심할 만한 문건을 발견했는데도 원본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수십만 개에 달하는 문서파일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범죄 혐의와 연관성을 따지는 현재 방식으로는 자료제출에 길게는 석 달까지 걸릴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수사 기초자료 확보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법률 전문가인 수사 대상자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됐다. 지난해 법원을 떠난 임 전 차장의 경우 최근 언론보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혹 문건들을 무단 반출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샀다.임 전 차장이 문건들을 들고 나갔고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데다가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문건들을 실제로 가지고 나갔는지,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임 전 차장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긴 했지만, 법원의 적극적 협조를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이었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재임 시절 쓰던 PC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 방식으로 손상돼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검찰은 그가 하드디스크를 백업해 반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국가정보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차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은 “여러분이 충성할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라며 “국내 정치 정보 업무와 정치 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 정보와 해외 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문 대통령은 “국정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킨 주역이 됐고 남북한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 됐다”며 “이제 국정원은 ‘적폐의 본산’으로 비판받던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해주고 있다”고도 치켜세웠다. 그간 여러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던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문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며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 업무 도중 순직한 직원들을 기리는 추모석 ‘이름 없는 별’에 묵념한 뒤 방명록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이지 않는 헌신,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라고 썼다.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