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지역 산업도시들이 장기 불황 여파로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대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영·호남 산업벨트를 주도하던 중소기업들도 고사 위기에 처했다.

영·호남 '제조업 벨트'가 무너진다
25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울산 포항 창원 구미 광양 등 영·호남 5대 산업단지의 50인 미만 중소기업 평균 가동률은 2016년 말 80.9%에서 지난 4월 56.2%로 급락했다. 사상 최악 수준이다. 울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S사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그나마 수출이 잘돼 견뎠는데, 지금은 일감이 반 가까이 줄어 너무 힘들다”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까지 겹쳐 숨도 쉬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올 들어 연매출 1500억원이 넘는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두 곳이 부도 처리됐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1차 협력업체는 한 곳당 100개 이상의 2·3차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며 “이들의 줄도산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선업 의존도가 큰 경남 거제에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가 2015년 2월 6만5000여 명에서 올해 2월 3만1000여 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통영은 휴업 중인 성동조선해양을 포함해 2010년 이후 6개 조선사가 모두 문을 닫았다. 포항에선 철강산단 공장 304개 가운데 올 들어 19개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 감소, 상가 휴폐업, 집값 폭락 등 지방경제 붕괴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 울산은 인구가 4년 사이에 2만여 명 줄었다. 1인당 개인소득 1위 자리도 10년 만에 서울에 내줬다. 전북 군산에선 지난 1년간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창원지역 아파트값은 3년여 동안 15.6%나 떨어져 전국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호남지역 산업단지가 무너지면 한국 제조업의 성장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울산=하인식/창원=김해연/군산=임동률/천안=강태우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