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가이드라인 제시…허용 확대 요구엔 "사회적 논의 필요"
노동부 "특별연장근로, 재해 등 긴급·불가피성 있을 때만 허용"

고용노동부는 23일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산업계에서 폭넓은 허용을 요구해온 '특별연장근로'에 대해 자연재해 등 사안의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부는 이날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에 관해 '자연재해'와 '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 등을 꼽고 "사안의 긴급성과 연장근로 불가피성에 대해 개별 사안별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는 노동자의 동의하에 주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연장근로는 동의를 받아도 불가능하다.

다만, 자연재해와 재난 등의 수습이 필요할 경우 노동부 장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아 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주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됨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이날 내놓은 입장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노동부는 "재난 등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임박했고, 이런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다른 근로자로 대체가 어려워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인가 및 승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폭설·폭우 등 자연재난이 사업장에 발생해 이를 수습하는 경우, 감염병·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거나 수습할 경우, 화재·폭발·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다.

방송·통신 기능 마비 사태가 발생해 긴급 복구해야 하는 경우와 계좌이체·카드결제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고 사회 전반에 제공되는 시스템 장애를 복구하는 경우도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에 해당한다.

태풍에 대비한 선박 피항과 같이 사고 발생이 임박해 예방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수 있다.

국가 사이버 위기경보 발령에 따른 국가·공공기관의 보안관제 비상근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유·화학업계에서 수년에 한 번씩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장비 점검 등을 하는 '대정비' 작업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유·화학업계의 대정비 작업에 대해 "업무가 많이 몰리는 것일 뿐,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인) 재난에 준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송업의 경우에도 재난 방송을 위한 특별연장근로는 가능하지만, 선거나 월드컵 대회 중계 등은 인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평상시 환자가 몰린다고 해서 특별연장근로를 시킬 수는 없고 대형 사고가 나 환자가 속출할 때 가능하다.

특별연장근로는 과거에는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노동시간 단축으로 산업계가 인가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동부가 이날 내놓은 입장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모두 89건이며 이 가운데 38건이 인가를 받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업계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 확대 요구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와는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며 "좀 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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