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학 인제대 교수가 전남 무안군 미라보시멘트 공장에서 ‘볼트 수직 이음 공법’으로 체결한 PHC 말뚝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동률 기자
김명학 인제대 교수가 전남 무안군 미라보시멘트 공장에서 ‘볼트 수직 이음 공법’으로 체결한 PHC 말뚝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동률 기자
지반에 매립해 건물 하중을 떠받치는 원기둥형 콘크리트 구조물 PHC(고강도 콘크리트 파일) 말뚝의 연결 신기술을 놓고 개발업체와 말뚝 생산조합이 ‘안전성’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PHC 말뚝 제조사 모임인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과 김명학 인제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20%가량의 경비 절감을 이유로 시공 현장에서 쓰이는 ‘볼트 수직 이음 PHC 말뚝 시공법’이 건물 하중을 제대로 받치지 못하는 심각한 위험성을 지녔다고 23일 발표했다.

조합과 김 교수팀은 지난 19일 전남 무안군 미라보콘크리트 공장에서 볼트 수직 이음 PHC 말뚝 시공법에 대해 현장 검증을 했다. 각각 5m와 15m 길이의 PHC 말뚝 사이에 원형 강판을 넣고 위아래 18개의 볼트를 체결한 뒤 토크치(볼트를 죄는 힘) 100N·m을 주고 말뚝을 결합했다.

항타(쇠기둥으로 말뚝을 지반에 때려 박음) 방식으로 20회가량 힘을 줘 말뚝을 지반에 박은 뒤 땅을 파내 이음부의 체결력을 측정했다. 검증 결과 말뚝과 말뚝을 이은 아래 강판 볼트 9개 가운데 8개가 평균 10N·m 수준으로 측정돼 체결력이 10분의 1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볼트 이음 공법으로 붙인 말뚝은 사실상 체결력을 상실한 것으로 증명됐다”며 “지진이 발생했을 때 횡력을 받으면 이렇게 시공된 말뚝들은 땅속에서 분리·해체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트 수직 이음 공법은 경기 의왕시에 있는 포유피앤비라는 국내 기업이 2013년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으로부터 신기술 지정을 받아 도입됐다.

PHC 말뚝은 운반의 어려움으로 최장 길이가 15m다. 더 긴 말뚝이 필요하면 용접으로 2~3개의 말뚝을 붙여 왔다.

포유피앤비 관계자는 “조합에 용접 이음 방식을 독점하는 회사가 있는데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조작된 실험을 한 것”이라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신기술 지정 및 시방 기준에 들어간 만큼 기술과 안전성은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르면 8월 말 PHC 말뚝 볼트 이음 방식에 대해 검증하겠다”며 “LH와 일정을 조율해 조합과 포유피앤비의 주장에 상관없이 전문가에 의한 검증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무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