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업계 ‘국민기업’으로 불리던 로케트전기의 대주주 일가가 경영진에 소송을 냈다.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자 신생기업을 세워 자산을 빼돌린 혐의다.

19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 박윤석)는 지난 7일 김종성 로케트전기 회장의 장남 김준원 씨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안모 로케트전기 대표와 차모 로케트전기 기획이사 겸 알이배터리 대표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민 건전지' 만들던 로케트전기, 대주주·경영진 소송벌이는 까닭?
김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알이배터리는 로케트전기가 2014년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폐지 결정을 받자 안 대표가 회사 재고와 거래처를 넘겨받을 목적으로 부하 직원 차씨를 대표이사로 앞세워 설립한 회사다. 알이배터리는 약 1년9개월간 로케트전기가 사용하던 특허기술을 이용해 로케트전기의 건전지상표 ‘제트킹(ZETKING50)’, ‘기가맥스(GIGAMAX51)’ 등을 그대로 생산했다. 하지만 로케트전기 측에 특허권과 상표권에 대한 어떤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 알이배터리는 로케트전기 상표로 지난해까지 71억6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알이배터리가 로케트전기로부터 생산설비와 운반차량을 임차하면서도 시세의 5% 수준의 사용료만 주는 불공정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사주 일가와 직원들은 “작년 12월 이 계약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사해행위로 인정돼 취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안 대표가 장비를 되돌려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알이배터리 등기이사가 모두 로케트전기 근무 당시 안 대표의 부하 직원들이고, 2016년께 안 대표가 알이배터리에 6000만원의 채권을 제공했다”며 “안 대표가 이 회사 설립을 주도하고 경영에 관여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1946년 호남전기로 출발한 로케트전기는 199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 이후 1990년 중후반까지 ‘썬파워’의 서통과 국내 건전지 시장을 양분하면서 건전지업계의 국민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1998년 1073억원이던 매출이 2014년 390억원까지 고꾸라졌다. 2015년부터 법인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해 현재 폐업 상태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