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쪽 "11일 회의도 불참 방침"…최저임금 심의 막판 파행 우려
내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부결… 사용자위원 전원 퇴장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해온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상정됐으나 표결을 거쳐 부결 처리됐다.

이에 따라 올해와 같이 내년에도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위원 23명 가운데 14명이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에 반대했고 9명이 찬성했다.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참석했다.

사용자위원을 제외한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용자위원들은 표결 결과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사용자위원들은 퇴장 직후 낸 입장문에서 "소상공인 업종의 근로자는 3분의 1 이상이 실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존폐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근로자 3분의 1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 심의의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 사용자위원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는 11일 열리는 전원회의에도 불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위원들이 앞으로 열릴 전원회의에도 불참할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막판에 파행을 빚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으로 제시한 것은 14일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은 최저임금 결정 단위, 최저임금 수준과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3대 안건 중 하나였다.

최저임금 결정 단위는 지난 3일 전원회의에서 시급으로 하되 월급 환산액을 함께 표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은 말 그대로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것으로, 경영계는 소상공업자 등이 많이 분포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부결… 사용자위원 전원 퇴장
지난해 최저임금위에서도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했지만, 표결에서 부결됐다.

당시에도 일부 사용자위원이 표결 결과에 반발해 퇴장했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국내 최저임금제도 30년 역사상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2개 업종 그룹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했고 이후에는 계속 동일 최저임금체계를 유지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활동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노·사 양측은 이날 회의 초반부터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사용자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올해 들어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고 "현장에서 이것(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이고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을 깊이 감안해 올해 반드시 이 부분(업종별 구분 적용)이 관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근로자위원인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구분을 하면 최저임금은 한발도 진척이 안 된다"며 "업종별 구분은 논란을 피하고 실질 최저임금 심의를 이번 주에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박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노·사 양측이 지난 5일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에 관한 추가 설명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효과에 관한 논의도 진행됐다.

근로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790원을, 사용자위원들은 7천530원(동결)을 제시한 상태다.

남은 11일, 13일, 14일 3차례 전원회의에서 접점을 찾아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제11차 회의에서 노·사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는데 최초 요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양측 격차가 너무 크다"며 "이제부터 그 격차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난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