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단기간에 전국 최고 사회적 경제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역량이 충분히 축적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간 다져온 사회적 경제 기반을 더 공고히 하고 사회적 경제기업의 자립 역량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습니다.”권영진 대구시장(사진)은 오는 13일 개막하는 사회적경제통합박람회를 앞두고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선 7기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사회서비스 등 국가사업에 참여 가능한 맞춤형 기업을 적극 발굴해 사회적 경제의 꽃을 피우겠다”고 강조했다. 전략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지역 중심 전문 인재 양성, 우수기업 육성, 사업개발비 확대를 통해 기업의 자립 역량을 꼽았다.▷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 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내 삶이 행복한 대구’를 내건 이유가 있습니까.“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나 공간구조 혁신, 미래형 인프라 구축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지난 4년간은 오랫동안 대구가 침체한 원인인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대구 혁신의 기틀을 다졌다면 이제는 시민의 척박한 삶을 바꾸는 생활혁신의 시기입니다. 시민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들 얘기합니다. 시민의 척박한 삶을 바꿀 때 대구공동체와 대구시민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경제 혁신도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대구에 사회적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4년 취임 때부터 사회적 경제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국회의원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 이면에는 늘 그늘이 존재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의 그늘을 보완하는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이 저의 기본철학입니다. 산업혁신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한 것이죠. 하지만 공동체의 해체와 양극화, 취약계층의 일자리 문제는 기존 시장이 해결할 수 없습니다. 도시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사회적 경제를 양대 축으로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취임하면서 사회적경제과와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치했습니다. 2014년 취임 이후 대구사회적경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사회적경제 5개년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가 단기간에 전국 사회적 경제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에 사회적 경제 역량이 충분히 축적돼 있었기 때문입니다.”▷대구의 사회적 경제가 분명한 신념적 가치를 갖고 발전하고 있지만 사업 아이템과 규모의 한계도 지니고 있습니다. 민선 7기 사회적 경제 육성전략과 계획은 무엇인가요.“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에서 경쟁에만 맡겨두면 싹을 틔우기 어렵습니다. 공공 차원에서 마중물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대구시와 시 산하기관 중심으로 우선구매 등으로 마중물을 부었다면 이제는 대구·경북의 모든 기관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사회적 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단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장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윤만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 자본주의 경제의 실패가 나타나는 공백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는 오히려 사회적 경제기업이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요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시티 건설에도 사회적 경제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스마트시티들이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다 보니 시민 참여가 부족하고 삶의 문제와 결합이 안 돼 기술만 구현하고 사장된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시민의 삶으로 연결될 때 스마트시티가 성공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됩니다. 스마트시티는 시민의 참여,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하게 결합돼야 합니다. 끊임없이 시민과 소통하는 진화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구는 기술 구현에만 그치지 않고 10년을 내다보고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이 제대로 갖춰지면 이 모델을 수출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시대는 상품만이 아니라 기술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시대입니다. 사회적 기업 중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결합하려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나 도시재생, 공공서비스부문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13일 사회적경제통합박람회가 열립니다. 첫 통합박람회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분산돼 있던 사회적 경제 활동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벤치마킹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역 단위에서 이뤄지던 사회적 경제가 국가 단위로 확대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합니다. 사회적 경제기업들이 지역을 넘어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전국 단위 사업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는 촉매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대구의 사회적 경제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하향식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기업과 조직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또는 기초자치단체 단위 수준의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이 함께 학습하고 사업정보를 공유하면서 연대와 협력 속에 사회적 경제의 이상적인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대구의 8개 구·군 가운데 7개 구·군에 사회적경제협의회가 조직돼 있다. 협의회를 가장 먼저 조직한 곳은 대구 동구다. 부모들이 모여 방과후 마을 학교와 공동체 사업을 운영하는 마을기업 둥지를 비롯해 취약계층 아동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상상, 학교 밖 청소년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사회적협동조합 리마인드상담교육센터가 활동하고 있다. 반야월 특산물인 연근을 홍보하면서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반야월연근사랑협동조합, 장애인의 고용 창출을 지원하는 화진산업,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감염인의 자활을 돕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퀵서비스와 택배로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르미 등 18개 사회적 경제기업이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대구 안심지역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빈부 격차가 심한 지역이다. 1981년 경산에서 대구로 편입된 옛시가지인 반야월 지역과 동구혁신도시 및 율하지역에 분양과 임대아파트가 함께 개발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주민이 유입됐다. 안심지역에 사회적 경제를 비롯한 주민들의 다양한 자치 활동이 없었다면 전국에서 빈부로 인한 격차와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이 될 수도 있었다.김지영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장(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대표·사진)은 “약자도 웃는 따뜻한 공동체, 이윤만이 아니라 상생을 생각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다양한 사회문제,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대구 동구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는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정보화진흥원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3월 대구 이전 공공기관 최초로 사회적기업홍보관을 설치하고, 대구본원 카페운영 위탁사업자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카페 빅핸즈를 선정했다.한국정보화진흥원은 애초 직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바리스타를 채용, 카페를 운영했다. 브랜드 있는 카페는 혁신도시 상권상 이윤이 맞지 않아 입주하려 하지 않아서다. 직접 운영해 보니 메뉴가 다양하지 못한 데다 전문성도 떨어져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8개월 동안 카페가 비어 직원들의 불편이 컸다.이현동 재무관리팀장의 제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몇 곳에 제안을 했고 입찰을 통해 카페 위탁자로 사회적 기업 레드리본을 선정했다. 지난달 개점한 카페 빅핸즈는 메뉴도 다양하고 분위기도 좋아져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이윤만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사회적 기업이 맡을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시혜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진흥원도 사회적 기업도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살려 상생하는 모델이 탄생했다”고 말했다.한국정보화진흥원은 대구시 사회적 경제 종합유통플랫폼인 무한상사와 공동으로 비용을 들여 사회적기업홍보관도 진흥원에 설치했다. 대구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기업 제품을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에 전시·홍보해 공공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4일 공공구매상담회도 열었다. 지난해 9월 대구시가 공공구매협약의 다리를 놓았다. 진광식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은 “LH율하나눔텃밭을 비롯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상생협력의 상징적 공간이 대구에서 확산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대구의 삼익신협(이사장 박종식)이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보금자리를 꾸준히 제공하면서 대구 사회적 경제계를 이끌고 있다.대구 두류동에 있는 삼익신협은 2013년부터 본점 지하 462㎡를 소셜기획사 ‘메세지팩토리’를 운영하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7년째 청년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올 들어서는 본점 옆 5층 건물 전체를 사회적 기업가의 활동공간으로 내놓았다. 1층은 올해 초 강북희망협동조합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층은 대경협동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 등 3개의 사회적 기업이 코워킹오피스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3, 4, 5층은 대구시와 협력해 사회적 경제 기업과 단체들에 제공한다.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자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이 공간을 모두 임대한다면 임대료 수입만 연간 7000만~1억원에 달한다. 공간을 사회적 기업인들에게 제공하면서 사회적 경제인뿐만 아니라 전국 신협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사는 신협의 가치를 누구보다 건강하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삼익신협의 나눔실천은 1997년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직장을 잃고 갈 곳이 없던 실직자들을 위해 신협 건물에 쉼터를 마련하고 컴퓨터 등을 구비해 실직자들의 구직활동을 도왔다. 박종식 이사장은 “조합원 덕분에 성장한 신협이 그들이 어려울 때 외면할 수 없었다”며 “시대를 건너뛰어 지금은 청년들이 위기인 시대인 만큼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것이 신협의 소명”이라고 말했다.신협 조합원과 직원들은 2016년부터 ‘두손모아봉사단’을 발족해 사랑해밥차 급식봉사, 신협주차장 통통장날, 카페, 작은연주회 등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박 이사장은 삼익신협의 나눔 계획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표현했다. 21년째 운영 중인 어린이집에 더해 어르신 요양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민간 차원의 생애주기 복지 지원사업이다.박 이사장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의 설립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자금이나 전문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사업가들에게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삼익신협이 조합원과 이웃을 위해 아낌없는 나눔활동을 펼치면서 조합 규모는 더 커지고 경영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2013년 2319억원이던 자산은 지난 5월 말 4000억원을 넘어섰다. 조합원도 같은 기간 1만7500명에서 1만9338명으로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8억원에서 22억원으로 늘어났다. 순자본 비율은 7.98%로 대구·경북에서 가장 높다.박 이사장은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을 보면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40년 동안 공동체와 호흡하며 경험을 쌓아온 신협 같은 기관을 활용한다면 국가 복지정책의 파급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