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나 화가 고흐도 파버카스텔 애용자였습니다. 257년간 기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혁신과 글로벌화, 사회적 책임(CSR) 이행이란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죠.”

파버카스텔 CEO 다니엘 로거 "혁신·세계화·CSR 준수가 장수 비결"
1761년 창업한 독일 필기구업체 파버카스텔의 다니엘 로거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스위스 루체른 출신인 로거 CEO는 스와치그룹 부사장을 지내고 작년 6월 취임했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파버카스텔 CEO 취임 이후엔 첫 방한이지만 그전에 50번쯤 한국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비빔밥을 좋아하고 젓가락도 능숙하게 사용한다.

그는 “한국은 독일과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혁신적인 제품을 좋아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뤘으며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것도 그렇다”고 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수준과 문화적 성숙도 등을 볼 때 파버카스텔이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는 파버카스텔이 장수기업이 된 첫 번째 비결로 혁신을 꼽았다. “나무연필 만드는 데 무슨 혁신이 있겠냐는 사람이 있지만 곳곳에 혁신의 결과물이 있습니다. 연필을 뾰족하게 깎은 뒤 방바닥에 던져도 심이 부러지지 않습니다. 어린이가 입에 넣어도 해롭지 않도록 오래전부터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쓰고 있죠. 연필심 경도를 단계별로 나눈 것이나 연필에 브랜드를 도입한 것도 파버카스텔의 혁신입니다.”

그는 글로벌화도 파버카스텔이 성장하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849년 미국 뉴욕, 1851년 영국 런던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 당시 필기구 시장에선 영국과 프랑스 업체들이 선발주자였다. 파버카스텔은 품질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이들과 경쟁했다. 로거 CEO는 “지금은 독일 오스트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9개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며 판매국가는 120개국에 이른다”고 말했다. 직원은 전 세계 8000명, 연매출은 약 1조원 수준이다.

로거 CEO는 “또 다른 중요한 경영 전략은 종업원을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839년 작업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빛이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공장을 지었다. 1844년부터 사내 건강보험을 시작으로 연금제를 도입했다. 직원을 위한 사택과 직원 자녀를 위한 교육 지원제도도 시행했다.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1871년)한 뒤 사회복지정책을 도입하기 훨씬 이전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브라질에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100㎢ 규모 숲을 조성해 소나무를 심었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가 아동학대나 작업자 환경 등을 따지며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영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파버카스텔은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으며 20년, 3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을 짜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사진=신경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