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판도는 그 대학이 설립된 이후 쌓아온 이미지의 총량과 비례한다. 신설 대학보다는 역사가 오랜 대학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평판도 순위도 짧은 기간에 바뀌기 힘들다. ‘2018 한경 이공계 대학 평가’ 평판도 조사에서는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과학기술원의 평판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세워진 지 상대적으로 오래된 KAIST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지난해와 같은 4위를 차지했다. 반면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순위가 크게 올랐다. GIST는 6계단 상승한 25위, DGIST는 7계단 높은 35위를 기록했다.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일반대학과 달리 과기원은 특별법인 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설립·운영된다. 대학마다 자체 학위과정을 두며 특수대학·국립대학·공과대학·자연과학대학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과기원은 교육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이라며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각종 지원이 뛰어나 우수 인력이 몰리면서 과기원에 대한 평판도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대학의 평가담당자는 “과기원이 ‘한경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것은 대학 관계자, 재학생, 학부모, 졸업생은 물론 일반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인재와 관련, 과기원의 평판은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학비가 저렴하며 장학금 혜택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의 입시 경쟁은 상당히 치열한 편이다. 2018학년도 3대 과기원(UNIST는 정시 폐지) 정시 최종 경쟁률은 28.41 대 1이다. 비교적 신생인 DGIST는 44.3 대 1에서 54.1 대 1로, GIST는 8.74 대 1에서 12.32 대 1로 전년보다 경쟁률이 높아졌다.

상위권보다는 중위권에서 평판도 순위 변동이 컸다. 29위를 차지한 숙명여대는 지난해(38위)보다 9계단 뛰어올랐다. 숙명여대는 ‘인문학적 소양’(16위)에서 높은 순위를 보이며 전체 평판도를 끌어올렸다. 2015년 신설된 공과대학은 2년 만에 신입생 정원 비중이 5.1%에서 18.6%로 늘었다. 숙명여대 내 공학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삼는 학생도 126명에서 474명으로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공학계열을 복수전공하려는 학생은 기초공학부 전임교원에게 체계적으로 진로 관리를 받게 하는 등 이공계 육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숭실대(30위→26위) 영남대(36위→32위) 광운대(28위→24위)는 모두 전년보다 4계단 상승했다. 숭실대는 ‘조직친화력’(23위)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에 올랐다. 광운대는 ‘조직친화력’(24위) ‘창의적 문제해결 방식’(22위) ‘전공이론 이해 수준’(23위) ‘실용적인 연구 및 기술개발 역량’(20위) 등에서 고루 준수한 평판도를 보였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광운대는 이공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실용적인 학문을 가르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교수나 학생, 학풍 등을 보면 세간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연구에 치중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