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당신 친구냐"… 도 넘은 문팬의 '완장질'
‘우리가 대통령을 지킨다’며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이는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문팬들은 감시자인 양 온라인 게시물을 훑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몰려가 댓글폭탄을 퍼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감히 대통령을 무시하느냐’는 게 비난 댓글을 지배하는 기본 정서다.

지난 22일 가수 겸 사업가 김태욱 아이패밀리SC 대표가 문팬의 공격리스트에 올랐다. 김 대표는 부인인 배우 채시라 씨의 인스타그램에 아이스버킷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다음 참가자로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그러자 ‘대통령님이 만만하냐’ ‘대통령님이 당신 친구냐’는 악플이 꼬리를 물었다. 채씨에게도 ‘남편에게 생각 좀 하라고 전해라’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결국 해당 영상은 지워졌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통령을 지목한 사례는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인디밴드 로열파이럿츠와 아역배우 홍화리 양에게 지목되자 얼음물을 끼얹는 대신 후원금을 기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25일에는 1인 영상 창작자 ‘새벽’에게 불똥이 튀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청와대 비서실에서 화장품 브랜드 출시를 축하하는 화환을 보내줬다”며 꽃바구니를 안고 있는 사진을 게재한 것이 발단이다. 잠시 뒤 이 사진은 문팬의 핵심 근거지인 이른바 ‘삼국카페’의 한 축인 ‘소울드레서’에 올랐다. 그러자 ‘대통령 비서실은 있어도 청와대 비서실은 없다’, ‘청와대에서 일개 영상 창작자에게 화환을 보낼 리가’라는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새벽의 인스타그램에도 찾아가 ‘청와대를 사칭한 거짓 사진’이라고 공격했다. 비서실에 근무하는 직원 가족의 경조사에 관례적으로 보낸 화환이라는 해명에도 비난은 더 거세졌다. 몇몇 문팬은 국민 신문고와 인사혁신처에 항의했다며 ‘인증’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새벽은 인스타그램 댓글창을 비공개로 바꾸고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앞서 문팬은 ‘대통령 축전에 답장하지 않았다’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적폐’로 몰아세워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 대학교수는 “대통령을 복종해야 할 ‘상전’으로 인식하는 시대착오적 행태가 폭력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