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관련 정책이 쏟아지면서 노무사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무상담을 의뢰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정부 기관들도 노무 전문가를 찾아 ‘러브콜’을 쏟아내고 있다. 포화 상태에 진입한 지 오래인 변호사, 회계사, 관세사 등 여타 전문직업군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자영업자도 노무상담 ‘북적’

'돈' 안되던 노무사, 親勞정책에 '몸값' 껑충
노무사업계는 과거 ‘돈 안 되는 시장’으로 통했다. 1980~1990년대엔 임금 체불 근로자와 사내노조가 주 고객이라 높은 수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2000년대 들어 사업자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노동 분쟁 자체가 감소하면서 불황에 빠졌다. 기업 규모가 중견만 돼도 사내 노무사가 1차로 업무를 본 뒤 큰 법무법인에서 점검받는 방식으로 노무 관리를 하는 곳이 많았다. 그만큼 노무법인의 역할이 작았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반전됐다.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노동 이슈가 많아지자 노무 분야에 관심이 비교적 적었던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까지 노무법인을 찾고 있다. 한 노무사는 “바뀌는 노동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찾아오는 기업고객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제조업에선 ‘주 52시간 근로’ 도입 시점을 미루기 위한 ‘법인 쪼개기’ 문의가 많고,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관련 상담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들도 노무 전문가 ‘모셔가기’에 바쁘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면서 준비와 관리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공인노무사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공공기관이 공인노무사회에 감사위원, 조정위원, 상담위원 등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한 건이 44건에 총 687명이다.

소민안 공인노무사회 사무총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추천한 42건, 409명을 벌써 넘어섰다”며 “연말까지 건수로는 지난해의 2배, 인원으로는 3배가량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모셔가기’… 노무사 선발 확대

정부발(發) 노무사 수요도 크게 늘었다. 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기존에 참여해온 정부 사업들이 5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규모가 커졌고, 새로운 사업 수행에 대한 요청도 지속적으로 들어오며 정부 관련 사업이 2배가량 확대됐다”고 전했다.

노무사들은 임금체계, 평가지표 개선 등을 제안하는 ‘일터혁신컨설팅’, 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검사하는 ‘근로조건 자율개선’ 등의 고용노동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하는 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새로운 사업을 교육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노무사 수요 증대에 부응해 올해부터 공인노무사 최소 합격인원을 300명으로 확대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250명으로 유지해온 선발인원을 50명 늘리기로 한 것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노무사가 ‘뜨는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4년 2890명이던 공인노무사 시험 응시생 수는 올해 4878명으로 60%가량 늘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