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겪는 인권 문제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나이에 의한 차별, 즉 ‘연령주의(ageism)’입니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임홍재 초대 원장 "유엔 차원의 '노인인권 국제협약' 마련할 것"
26일 공식 출범한 세계 첫 국제노인인권기구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GAC)의 임홍재 초대 원장(68·사진)은 “건강한 신체와 일할 의지가 있는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노인을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개소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AGAC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원국 간 노인 문제를 해소하고, 노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노인 인권을 다루는 비정부기구(NGO)는 있지만 정부 간 기구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GAC는 연령주의와 노인 학대·빈곤·차별 등에 대응해 각국의 노인 인권 연구와 관련 지표 마련, 정책적 지원 등을 담당한다. 유엔 차원에서 노인 인권에 대한 국제협약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전달할 예정이다.

“유엔은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국제협약을 이미 마련했습니다. 각국은 이들의 인권을 담은 법령을 제정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노인 인권협약이 없어 관련 법령도 미비한 상태죠.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된 지금이 행동할 때입니다.”

임 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국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 시작된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 2026년 노인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50년대에는 인구의 절반가량이 노인이 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이 노인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국제기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죠. 세계 노인 문제를 풀어내는 허브로 기능하도록 센터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임 원장은 ‘베테랑 외교관’이다. 197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고, 이란과 베트남에선 대사로 재직했다. 2010년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끝으로 퇴직했다. 2013년부터 4년간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맡을 때 인권문제 등을 다뤘고,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맡는 등 인권 관련 활동을 해온 것이 인연이 돼 AGAC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임 원장도 노인 연령 기준(65세)을 훌쩍 넘은 ‘규정상 노인’이다. “이미 고령화를 깊숙이 경험한 북유럽 국가들은 노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합니다. 이들 국가의 은퇴 연령은 평균 70세 안팎이죠. 노인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노인들의 사회적 역할은 ‘봉사’다. 노인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지식을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2년이 끝나면 저 역시 힘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그것이 사회와 후대를 위한 일 아닐까요.”

글=홍윤정/사진=강은구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