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코앞에 대형환풍기 32대…지하철 출구 바로 앞 주차장 출입구도
'사용금지' 법적대응 준비…회사측 "적법한 준공…불편없도록 협의"
삼성생명 신축빌딩 안전 논란… 주변 아파트 주민 "사용 반대"
서울 강남권의 신축 고급 오피스 건물로 주목받는 일원동 삼성생명 빌딩이 최근 완공됐으나, 인근 주민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입주 반대에 나섰다.

24일 삼성생명 등에 따르면 지하 7층·지상 9층 규모의 일원동 삼성생명 빌딩은 5년여에 걸친 공사를 마치고 이달 20일 강남구청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해당 건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다른 회사들의 입주를 받아 임대용으로 쓸 계획이다.

기업 부동산 업계에서는 완공을 앞둔 올해 초부터 강남·수서 권역의 신축 프리미엄 오피스로 주목해왔다.

그러나 삼성생명 빌딩을 'ㄱ'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수서 목련타운 아파트 입주민들은 "건물 사용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삼성생명 신축빌딩 안전 논란… 주변 아파트 주민 "사용 반대"
22일 목련타운 108·109동 사이 어린이놀이터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건너편 삼성생명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린이놀이터와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m가량 떨어져 있는 삼성생명 빌딩에는 놀이터 방향으로 대형 환풍기(공조기) 32대가 설치돼 있었다.

아직 건물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환풍기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이달 초 환풍기가 시험 가동했을 때 소음과 먼지가 심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목련타운에 25년째 살고 있다는 김난옥(76)씨는 "외출하다가 굉음이 들려서 건물 가까이 다가가니, 냄새나는 바람이 나오면서 목이 칼칼해지더라. 그날 밤부터 생전 처음 보는 누런 가래가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먼지 때문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오영순(70)씨도 "환풍기 시험 가동 후에 목이 계속 아프고 목소리가 잘 안 나와 병원에 다니고 있다"면서 "공사가 시작된 4년여 전부터 호흡기 질환이 안 떨어지고 있는데, 정말 저 건물 때문인가 싶다"고 말했다.

환풍기를 마주 보고 있는 놀이터는 목련타운 단지의 유일한 어린이놀이터다.

그러나 주민들은 환풍기 시험 가동 이후 아이들을 놀이터에 보내지 않고 인근 공터에서 놀도록 하고 있다.

이날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생명 신축빌딩 안전 논란… 주변 아파트 주민 "사용 반대"
목련타운 아파트는 앞으로는 높이 293m의 대모산을 마주 보고 있고, 뒤로는 조선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역이 있는 광수산을 끼고 있어 조용하고 공기 좋기로 유명한 아파트 단지다.

방수련(58)씨는 "원래 여기가 아토피 걸린 아이 치료하려고 일부러 이사 올 정도로 공기 좋고 병원(삼성서울병원) 가깝기로 유명한 곳"이라면서 "나도 아이가 천식이 있어서 이곳으로 온 것인데, 건물이 지어지면서 공기도 안 좋아지고 일조권까지 침해당하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는 환풍기·공조기 외에 또 있다.

삼성생명 빌딩은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일원역 2번 출구 바로 앞쪽으로 냈는데, 주차장 출입구와 지하철역 출입구가 붙어있어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운다는 한 주민은 "남자애들은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자마자 출구로 뛰어나가거나 킥보드를 타고 뛰쳐나가지 않느냐"면서 "중고등학생들은 이어폰 끼고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는 애들도 많은데 안전사고라도 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신축빌딩 안전 논란… 주변 아파트 주민 "사용 반대"
주민들은 최근 100여명의 탄원서를 모아 구청에 제출하는 등 이 같은 문제에 관해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으나, 삼성생명이나 시공사 삼성중공업 측에서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 한 번 없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강남구청을 상대로 사용승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고, 삼성생명을 상대로는 시설물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2010년 해당 부지 개발 계획을 세울 때와 2014년 착공할 때 주민 측에 설명했고, 지난 5월에도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협의를 거쳐 주민 동의서를 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면서 "사용승인 절차도 문제없이 통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환풍기·공조기에서 유해물질은 나오지 않는다.

소음 문제는 주민 불편이 없도록 비대위 측과 협의하면서 추가 장비 설치를 검토하겠다"면서 "주차장 출입구 주변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