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포토라인만 다섯 번… 영장 모두 기각된 이명희의 경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이사장은 앞서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 섰다. 다섯 번째였다. 피의자 한 명이 다섯 번이나 카메라 앞에 서는 사례는 드물다.

앞서 포토라인에 선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까지 합하면 지난 두 달 사이 대한항공 일가가 포토라인에 선 횟수만 8차례다.

포토라인은 ‘콩글리시’다.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관례다. 1990년대 초 취재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안전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구역을 나누면서 처음 생겨났지만 최근 ‘여론 심판대’처럼 변질되는 모습이다.

법무부가 발표한 ‘인권보호수사준칙’에 따르면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을 때는 포토라인에 설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는 피의자는 거의 없다. 수사기관에 의해 포토라인이 설정되면 취재진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고 범죄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여론재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는 셈이다.

후진적 수사행태이자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지검장 출신인 곽영철 법무법인 충정 고문변호사는 “피의자를 세워놓고 죄를 인정하라고 꾸짖는 식의 포토라인은 초상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야만적 행태”라고 말했다. 포토라인에 선 뒤 영장이 기각되거나 심지어 무죄판결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피의자가 수사받는 모습이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뒤 피의자가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갈 때부터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기소되기 전부터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수사와 재판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두 달 새 대한항공을 조사하는 정부기관만 경찰 검찰 관세청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11곳으로 늘었다.

검찰과 경찰 외에 정부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가정부 불법 고용은 분명 잘못이다. 엄정한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합당한 처벌이어야 한다. 살인과 같은 중범죄도 아닌데 다섯 번이나 포토라인에 세운 데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중의 분노가 곧 정의는 아니다. 포토라인 관행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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