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웹툰 작가 최성국 "北체제 바꾸는 데 문화만큼 강력한 것 없어"
한 여성이 보낸 ‘친구로 지내자’는 문자에 결혼까지 생각하고,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유롭게 표현하라’는 말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외친다. 일상생활과 경제, 문화, 연애관 등 북한의 속살이 북한 각지 사투리로 실감나게 되살아난다. 탈북민 출신 최성국 작가(사진)가 2016년부터 네이버에서 연재하고 있는 인기 웹툰 ‘로동심문’ 얘기다. 최 작가는 가족들을 먼저 북한에서 내보내고 2010년 압록강을 넘어 탈북했다.

남북한,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에 훈풍 분위기가 불고 있는 가운데 그는 최근 탈북자들의 동요를 대변한 날선 비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탈북자들은 오히려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가 제 의사에 따라 북으로 갔다는 뉴스를 접한다면 구출운동을 꼭 좀 벌여달라. 저는 절대로 북한에 갈 마음이 추호도 없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중국의 북한 유경식당에서 탈북한 여종업원들의 북송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서다.

“탈북민 역시 남북 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화해 분위기를 마냥 즐기진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북한으로 납치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북한이 개방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어요. 최근 북한의 개방 움직임은 대북 제재를 풀어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 유지를 위한 배급망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양 출신인 그는 북한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원도가’(애니메이터)로 일했다. 잘나가는 직업 중 하나였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2003년부터 일본과 중국에서 중고 컴퓨터를 들여와 하드디스크 속 한국 영화·드라마를 팔다가 감옥에 잡혀갔다. 감옥을 세 번째 드나들었을 무렵 탈북을 결심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노래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사람들이 드라마 속 패션을 따라 하기 시작하더니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시장경제에서나 가능할 법한 사업가들도 생겨났어요. 문화가 경제 구조와 사고방식까지 바꿔 놓은 거죠.”

탈북한 뒤 프로그램 개발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대북 방송에서 기자와 프로듀서로 뛰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결심하고 웹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앞으로도 웹툰을 놓지 않을 예정이다. 북한을 알리는 토크콘서트도 계속 열겠다는 계획이다. “문화 산업에 뼈를 묻을 거예요. 북한 체제를 바꾸는 데 문화만큼 강력한 게 없다는 걸 두 눈으로 봤잖아요. 북한에서도 제 웹툰을 볼 날이 오겠죠?”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