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한의학계의 종합병원… 의사·한의사 협진으로 환자 치료
이상영 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은 2008년 광주 치평동에 청연한의원을 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돌봤다. 작은 한의원에서 선보일 수 있는 치료가 많지 않았다. 이듬해 한의원을 병원급으로 키웠다.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환자를 보는 새로운 협력 진료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환자가 많지 않았다. 뇌졸중 치료를 받은 환자나 수술 환자 재활 분야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몰렸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성장에 보탬이 됐다. 매년 100회 이상 의료봉사를 다니며 소외된 환자들을 돌봤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등 호남지역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료 지원을 나갔다. 광주국제협력단에 들어가 해외봉사도 했다.

한의원을 연 지 10년이 지났다. 146병상으로, 전국에서 경희대 한방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한방병원이 됐다. 오는 9월 병상을 2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한방병원이 된다.

병원 경영은 김지용 병원장(사진)이 맡고 있다. 김 병원장은 청연한방병원을 “의학과 한의학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정한 한두 개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한방병원이 아니라 인체 전반적인 질환을 함께 보는 종합병원 같은 한방병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청연한방병원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한방병원 중 하나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청연 브랜드를 공유하는 병원을 열었다. 국내 11곳을 포함해 12개 의료기관이 동서의학 융합을 통해 세계 최고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의약 과학화를 위해 청연의학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약재 제조, 유통을 담당하는 한의약 제약사 씨와이도 세웠다.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의료전문 정보기술(IT) 회사인 버키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인컴퍼니는 의료인 교육을 맡고 있다.

‘한의학의 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줄고 한의사들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청연한방병원은 젊은 한의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젊은 한의사들은 한의학이 뛰어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며 “청연의학연구소는 이들이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곳을 통해 청연한방병원은 어깨 수술 후 재활, 무릎 수술 후 재활, 뇌졸중, 경추부 신경근병증, 요통, 난임 등의 협진 치료 매뉴얼을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협진 치료를 해야 효과를 내는지 등이 잘 정리돼 있다. 국내 한의학술지에 연구 논문도 많이 내고 있다. 학술지 한 권에 들어간 논문의 절반 이상이 이 병원 한의사들의 연구 결과일 정도다. 김 병원장은 “아직은 국내 학술지에 실리는 연구가 대부분이지만 곧 국제적인 저널에도 청연의 연구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청연한방병원은 한의학 분야 종합병원을 표방한다. 의료진 24명 중 20명이 한의사다. 의사와 한의사가 힘을 모아 뇌졸중 환자 및 소아 환자 재활치료, 난임 등 부인과 시술, 수술 후 재활 환자 등을 돌본다. 척추환자를 위한 도침치료는 환자 호응이 높다. 소아재활치료실도 12개나 운영한다. 3년 전 문을 연 이 병동에는 청연한방병원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소아재활치료는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데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 민간 병원이 투자를 꺼리는 분야다. 이 병원에서 소아재활치료실을 열기 전에는 광주 지역 아이들이 서울이나 대전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병동을 연 뒤 광주 지역 아이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청연한방병원 소아재활치료실은 독립된 공간에서 1 대 1 맞춤치료를 한다. 도수치료, 언어치료, 감각치료, 인지치료 등의 전문가가 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본다. 서비스 수준이 높아 내년 초까지 예약이 모두 찼다.

김 병원장은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일을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역 사회 상생 병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매주 환자와 의사, 한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모두 모여 상태와 치료경과, 치료법을 공유하는 패밀리 협진도 한다. 매주 원장단 회의를 통해 의사와 한의사 간 벽을 없애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 김 병원장은 “광주 전남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 영남권 등에서도 치료 효과를 인정하는 병원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각종 재활 치료는 물론 부인과 치료, 암 환자 삶의 질 관리, 각종 내과 질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아플 때 자연스럽게 청연한방병원을 떠올렸으면 좋겠다”며 “상생하는 병원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