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AI, 바둑 발전·세계화에 큰 역할"
"AI보급으로 바둑 열기 높아져… 기회 잘 살릴 것"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펼쳐진 2016년 3월. 당시 바둑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52·사진)은 이세돌 9단의 충격적인 패배가 이어지자 끊었던 술까지 다시 입에 댔다. 1990년대 조훈현 9단에 이어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 총장에겐 프로기사가 AI에 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최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 사무실에서 만난 유 총장은 “초일류 프로기사는 바둑 팬은 물론 주변에서도 존경심을 가질 정도로 특별한 존재였는데 알파고가 이 9단을 꺾는 순간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며 당시 느낀 두려움을 전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한국기원 사무총장으로서 다양한 AI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년 전 그를 좌절에 빠뜨렸던 AI가 바둑의 발전과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생각해서다. 유 총장은 ‘한국의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와 ‘바둑 딥러닝 오픈리서치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기원과 카카오는 AI를 활용한 바둑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세계 AI 연구자들의 바둑 딥러닝 연구를 위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유 총장은 “AI 프로그램의 보급은 바둑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서도 AI 바둑 프로그램이 나오는 등 누구나 AI와 대결할 수 있게 되면서 고수와 대국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바둑이 동양 3국을 넘어 세계로 퍼지는 기회의 장이 열렸고 머지않아 유럽이나 미국에도 정상급 프로기사가 탄생해 바둑 보급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말부터 한국기원을 이끌고 있는 유 총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 왔다. 지난 12일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바둑 활성화와 보급을 위해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그는 “바둑은 스포츠 쪽으로 변화하고 있고 대중이 바둑을 즐기도록 독려하기 위해선 시대의 변화에 맞는 보급이 중요하다”며 “바둑이 AI로 다시 관심을 얻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고 있는 ‘여자 바둑 돌풍’도 유 총장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현상이다. 한국 여류 기사들이 지난해 세계여자바둑계를 석권하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여자 바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23기 하림배 여자국수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회는 국내 여류 양대 기전 중 하나로 하림이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다. 그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자 바둑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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