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신혜연 씨(34)는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두 살 난 아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 민간 전문가의 훈육법을 열심히 공부한 게 화근이었다. 신씨는 “이 전문가가 쓴 책에 따르면 체벌은 물론 자녀에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안돼’ 같이 강압적인 말을 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나온다”며 “공부할수록 나 자신이 부모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되기' 책·동영상 넘쳐나는데… '제각각' 훈육법에 부모들 혼란
서점가나 인터넷에 올바른 자녀 훈육법을 소개하는 책·동영상이 넘쳐나고 있지만 의견이 각양각색이어서 부모들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동영상 포털인 유튜브에 ‘훈육법’으로 검색하면 1만6000여 건의 동영상이 뜬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훈육법’ ‘다시 회자되고 있는 타블로의 훈육법’ ‘프랑스 엄마의 훈육법’ 등 인기 동영상은 조회 수가 수만~수십만 회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동영상이 소개하는 올바른 훈육법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잘못했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야단치는 게 좋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의자에 혼자 앉혀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의 한 교육 전문가는 “해외 아이들과 달리 한국 아이들은 생각하는 공간을 ‘벌을 받는 독방’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부모와 교사 간에 갈등도 빚어진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윤모 교사(29)는 “같은 반 안에서도 ‘혼내서라도 잘 가르쳐달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우리 아이에겐 주의도 주지 말라’는 부모가 있다”며 “친구와 싸우는 아이를 혼냈다가 ‘내가 본 훈육법 책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써 있는데 보육교사 맞느냐’며 자격증을 보여달라고 따진 부모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훈육법 탓에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김정민 씨(35)는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야단을 쳤다가 ‘사람들 앞에서 주의를 주면 아이 자존감이 다친다’는 책 구절이 떠올라 자책감을 느꼈다”면서도 “요즘엔 아이가 조용히 할 때까지 타이르기만 하면 ‘맘충’(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기적 엄마를 지칭하는 속어) 소리를 듣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이 ‘임신 출산기 부모교육 프로그램’ ‘부모교육 5분 영상’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