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주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일반 도로에서 발생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아마추어 카레이서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레이싱 동호인 사이에서 흔한 수법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이 같은 수법으로 보험회사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아마추어 카레이서 이모씨(44)와 노모씨(28) 등 10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카레이서의 일탈, 경주장 사고를 일반사고로… '보험금 꿀꺽'
현행법에 따르면 자동차 경주장 내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상받지 못한다. 자동차 경주장은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2월 자신의 포르쉐 차량으로 강원도에 있는 한 자동차 경주장 서킷에서 주행하다 차량이 부서진 이씨는 보험사에서 차량 수리비 3800여만원을 불법으로 타냈다. 차를 경기 양평의 한 국도에 몰래 옮겨놓고 이 주변에서 사고가 난 것처럼 파손된 부품을 흩뿌려놓은 뒤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다.

다른 피의자들도 최근 3년간 해당 경주장에서 사고로 부서진 차량을 인적이 드물고 가드레일이 설치된 커브 길을 골라 옮겨놓고 일반 교통사고인 것처럼 위장해 보험사에서 돈을 받아 챙겼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보험사에 총 2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이 가운데 보험사 측은 약 80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반복된 사고에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경찰에 사고를 제보하면서 이들의 범행도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위장 교통사고임을 확인한 뒤 경주장 등에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 등은 자신들의 수입에 비해 수리비 견적이 많이 나오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에서 40대 초반의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인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고가의 외제차량이다 보니 수리비 부담이 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해보니 사고가 났을 때 차량을 옮기는 식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것은 이미 레이싱 동호인 사이에서 공공연한 수법이었다”며 “비슷한 보험사기가 다른 경주장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