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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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급여를 '휴직이 끝난 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한 고용보험법의 조항은 '훈시 규정'에 불과하다는 법원이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강효인 판사는 금융감독원 직원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육아휴직 급여를 주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014년 9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한 A씨는 휴직 도중인 2014년 11월 휴직 전체 기간에 대한 급여 신청을 했으나 9∼11월에 해당하는 급여만 받았다. A씨는 복직 후 2년여가 지난 2017년 10월에야 나머지 기간에 대한 급여 지급을 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고용보험법 제70조 2항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제도의 입법 취지와 목적, 육아휴직 급여에 관한 법률의 제·개정 연혁, 관계규정의 체계, 조항이 도입된 때의 시대적 배경 등을 종합해 보면 이는 급여를 빨리 신청하라는 의미만을 갖는 '훈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규정이 원래 육아휴직 급여의 지급 요건을 정한 조항에 포함돼 있다가 2011년 고용보험법이 개정되면서 별도 조항으로 빠져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육아휴직 확대에 발맞춰 법을 개정할 때 신청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만 급여를 주도록 강제하지는 말자는 '입법적 결단'을 한 것으로 봐야 타당하다"며 "이를 단순한 조항의 위치 이동에 불과하다 보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가까이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간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하고,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군인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 점 등을 국회가 두루 고려했으리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권리를 둘러싼 법률관계는 고용보험법이 정한 3년의 소멸시효 제도만으로도 어느 정도 조속히 안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