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어떻게 여자 소리를 내느냐는 편견을 무대에서 많이 느꼈죠. 카운터테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소프라노·테너·알토와 같은 하나의 음역일 뿐이에요.”

"카운터테너가 부르는 '아리랑' 기대해 주세요"
독일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사진)이 12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성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화그룹 주최로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한화클래식 2018’을 위해 방한했다. 사흘간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14일 충남 천안 천안예술의전당 대극장, 15·16일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카운터테너는 메조소프라노와 알토의 중간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를 말한다. 숄은 일본 혼혈인 브라이언 아사, 미국 데이비드 대니얼스와 함께 세계 3대 카운터테너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낯선 음역이다. 숄은 “없던 음역을 만든 게 아니라 바로크 시대에 이미 존재했던 음역이었다”며 “이후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1970~1980년대 들어서 다시 나타났다. 창조가 아니라 재발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비발디를 비롯해 헨델, 퍼셀 등 바로크시대 성악곡을 부른다. 최고의 바로크 앙상블로 꼽히는 ‘잉글리시 콘서트’가 협연을 위해 함께 방한했다.

바로크 음악이 가진 매력에 대해 숄은 ‘절제된 순수성’이라고 했다. 그는 “바로크 음악이 2000년대 들어 재발견된 것은 훨씬 정갈한 화성 구조와 크지 않은 앙상블 규모,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리게 하는 절제된 비브라토(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비발디의 곡들을 주목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비발디 하면 오케스트라 곡인 ‘사계’를 떠올리지만 그의 작품 상당수는 오페라와 종교음악이었다”며 “비발디의 기량은 성악곡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숄은 이번 공연에서 앙코르 곡을 두 곡 준비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첫 곡은 그의 대표곡인 ‘백합처럼 하얀(white as lilies)’을 전자음악 반주가 아니라 바로크 스타일 오케스트라 반주로 부른다. 두 번째 곡은 국내 관객들을 위해 ‘아리랑’을 부를 예정이다. 숄은 “미·북 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를 생각해 준비한 것은 아니다”며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그 나라 관객에 대한 예의로서 그 나라 노래를 부른다. 숄이 부르는 아리랑을 기대해달라”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