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거래’ 의혹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11일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115명의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재판 거래’ 의혹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11일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115명의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의 대응 방안으로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을 의결했다. ‘수사 촉구’라는 문구는 법원이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격론 끝에 빠졌다.

◆“검찰 수사 의뢰 등은 부적절”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오전 10시10분부터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1회 임시회를 열고 논의를 했다. 법관대표들은 의결한 선언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또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법관대표로 참석한 한 부장판사는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이미 검찰 고발이 이뤄진 상황이므로 ‘수사 협조’ 등의 소극적 방법을 택하겠다는 뜻”이라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지적한 대로 수사 촉구를 하게 되면 공정성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판사들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의결안도 결의됐다. 추후 해당 판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회의 전부터 최순실 사태와 이번 사태를 비교하며 법관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법관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형사처벌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신속한 탄핵 절차를 밟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최순실 사태 당시 탄핵과 형사절차의 소요 시간을 비교해 올리기도 했다.

한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형사절차를 밟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은 쉽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탄핵과 형사처벌이라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통해 사법부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표판사들이 의결한 내용을 전달받아 검토한 후 그동안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해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대한변협·민변 대응 문건 추가 공개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7일 전국법원장회의 때 법원장을 상대로 제한적 공개가 이뤄진 파일 네 개를 추가로 법관대표들 앞에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의 협조를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를 적어둔 문서가 포함됐다. 또 대법원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대한 대응 문건도 나왔다.

이를 놓고 법관들은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행사의 예라고 지적하는 측과 법원행정처가 법원 관련 외부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대응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측으로 나뉘었다. 다른 두 개 문건을 포함해 네 개 모두 재판 거래나 블랙리스트 의혹 등과 관련된 문서는 아니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