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할 허익범 특별검사(앞줄 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며 얘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할 허익범 특별검사(앞줄 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며 얘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필요할 경우 ‘실세 정치인’도 수사하겠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별검사로 지명된 허익범 특검은 8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사장’ 경험이 없는 ‘평검사’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정치 권력을 상대로 가장 강한 전투력을 지닌 검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허 특검 자신이 과거 청와대에 저항하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수사 스타일상 대통령 측근(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등)이든 청와대 소속(백원우 민정비서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등)이든 상관없이 필요할 때 소환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허 특검은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형사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수일 영등포구청장을 구속시켜 청와대를 비롯한 검찰 지도부와 정면 충돌했다. 김 구청장은 김 대통령의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 비서실 차장과 수석 부대변인을 지낸 핵심 측근이었다. 허 특검은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김 구청장을 그해 10월 구속기소했고 1, 2심에서 모두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는 물론 검찰 수뇌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구청장 구속을 밀어붙이면서 허 특검은 검찰 내부에서 ‘이단아’로 낙인 찍혔다”며 “그때 이후 승진을 못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장관인 한 여당 정치인에 대해서도 당시 강도 높은 ‘선거법 위반’ 수사를 하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2002년 대구지방검찰청 형사 제1부 부장검사를 거쳐 검사들 사이에서 ‘유배지’로 통하는 고등검찰청(부산·서울)에서 근무한 후 검사 옷을 벗었다. 그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당시 권력구조상 청와대가 시키는 일에 대해 검사 대부분이 참고 넘어갔지만 그는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정치 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2000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최병렬 부총재(이후 대표 역임)가 ‘표적수사’라고 비판하자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상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디지털 증거가 많이 사라져 드루킹 수사의 어려움이 예고된 가운데 허 특검은 ‘창의적인 수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