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생운동사'도 발간해 수업·학술제 등에 활용 계획
연세대 일대에 '이한열·노수석 길' 생긴다
한때 '민주연세'로 불렸던 연세대가 물리적 공간, 저술, 수업 등 다양한 형태로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8일 연세대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민주화사업회)에 따르면 연세대는 올 하반기 신촌과 연세대 일대에 가칭 '이한열 열사 추모의 길'을 조성해 표지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신촌로터리에 있는 이한열기념관에서 출발해 1987년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곳, 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 갈 때의 경로, 학생운동을 하면서 오간 궤적 등을 잇는 길이다.

연세대는 오는 9일 이한열문화제 개최에 앞서 '이한열 민주화의 길 걷기' 행사를 열어 이한열 길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재학생들로 구성된 학생 홍보대사 조직을 활용해 견학 신청을 받아 이한열 길 걷기 행사를 정례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1996년 집회 도중 숨진 노수석 열사의 행적을 잇는 '노수석 열사 추모의 길', 연희전문학교 출신 저항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윤동주의 길' 등으로 구간을 연결하고 확장할 계획이다.
연세대 일대에 '이한열·노수석 길' 생긴다
이 열사 추모사업은 지금까지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맡아왔다.

올해 초 연세대는 김용학 총장을 이사장으로 하는 민주화사업회를 발족해 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추모 행사를 주관키로 했다.

민주화사업회는 기념 대상을 이 열사뿐만 아니라 연세대의 민주화 운동 전체로 확장할 방침이다.

민주화사업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교내 국학연구원에 연세대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담을 책을 발간하는 작업을 맡기기로 의결했다.

명칭은 '연세대 학생운동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은 물론 이승만·박정희 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연세대 관련 인물들과 윤동주 시인 등 독립운동에 힘썼던 이들도 이 책에 담길 예정이다.

작업 기간은 약 3년 정도로 예상된다.

책이 발간되면 연세대 재학생들은 이한열과 노수석 열사 등을 수업에서 만날 수도 있다.

민주화사업회 실무를 맡은 경영대 부학장 이무원 교수는 "책을 수업이나 학술제에 활용하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교양과목 또는 국사학과 등에서 수업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고, 학생 논문 경진대회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일대에 '이한열·노수석 길' 생긴다
민주화사업회는 연세대 경영학과 86학번인 이 열사가 속했던 경영대학이 주관하는 기구다.

이 교수는 경영학과 87학번으로 이 열사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이한열 선배님은 옆에서 보기에 희생정신이 강하고 솔선수범하시는 분이었다.

동료, 선·후배 모두 마음의 빚이 있다"며 "학교가 주관하는 이상 더 알차고 내실 있게 추진해서 선배님의 뜻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게 하겠다.

경영대가 주관 대학이 돼 많은 교수님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 열사 추모사업을 이끌어 온 이한열기념관 이경란 관장은 "학교가 어떤 기구를 만들어서 열사를 인정하고 기리는 첫 사례"라며 "다른 학교의 열사분들을 기리는 기준 또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민주화사업회의 활동을 반겼다.

이 관장은 "지금은 연세대가 '통일연세'라는 구호를 쓰는데 1980년대엔 '민주연세'였다"며 "그런 구호의 구체적 내용을 연세대 정신의 하나로 선언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