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간송 소장품에 북적이는 대구미술관
평소 조용하던 대구미술관이 지난 5일 현장수업을 온 초·중·고생들과 미대생, 미술전문가로 북적였다.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 회고전(사진)이 지난달 22일부터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환기 화백의 구상작품 중 40억원에 낙찰된 ‘항아리와 시’(1954년작),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 ‘붉은색 점화’(1971년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 중 최대 크기 작품(1970년작) 등을 볼 수 있다.

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팀장은 “보통 기획전은 방학 때부터 관람객이 크게 증가하는데 방학 전인데도 개막 2주 만에 1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오는 8월19일까지 열리는 김환기 회고전은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시대로 구분해 유화·드로잉·과슈(불투명 수채) 작품 등 108점과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김환기·간송 소장품에 북적이는 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은 김환기 회고전에 이어 간송미술관의 첫 지방 전시인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 등 대규모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간송미술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오는 16일부터 9월16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여는 전시다. 전시회에는 보물인 신윤복의 미인도, 정선의 해악전신첩,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등 조선 중기 회화 황금기의 대작들을 비롯해 안견, 신사임당, 이징, 김정희, 흥선대원군, 장승업 등의 국보급 회화 100여 점을 전시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간송 소장품만으로 조선 회화사의 대강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의 수집과 보존에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한 문화재수집 일화와 다큐멘터리 영상, 유물 30여 점도 전시한다.

대구시는 2016년 간송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하기로 하고 2021년을 목표로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승훈 대구미술관장은 “한국적 정서를 세련되고 정제된 조형언어로 승화시켰고 우리 미술의 새로운 시도를 위해 평생을 몰두했던 작가 김환기와 우리 역사·문화의 정수를 지켜내기 위해 일생을 바친 간송 선생의 삶과 정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