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경제 배우러 한국 왔죠… 韓·러 기업 잇는 메신저 되고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이니까요.” “학교에 적응한 뒤부터는 승승장구했죠.”

5일 KAIST 경영대학에서 만난 러시아 쌍둥이 형제 제냐 스마긴(사진 왼쪽)·올렉 스마긴 씨(23)는 ‘한국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능숙한 한국어로 답했다.

두 사람은 2016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복, 김치 등 한국 전통문화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건 한국 기업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제냐 씨는 “한국을 잘 모를 때도 집에서 사용하는 TV는 LG 제품이었고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를 썼다”며 “러시아 시장 곳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보면서 한국 경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에 진학, 한국경제학을 공부하던 중 전남대에 편입해 광주에서 한국 살이를 시작했다. 24시간 한국어로 말하고 생각하며 한국어를 익혔다.

한국의 첫인상을 묻자 카드와 전자결제 서비스 얘기부터 꺼냈다. 제냐씨는 “아직 현금사회인 러시아와 달리 한국에서는 구멍가게에서도, 버스 및 택시에서도 카드와 전자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 놀랐다”고 했다.

‘러시아 시장과 한국 기업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두 사람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MBA)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데이터 분석 등을 공부하고 있다. 이 과정은 기술과 경영에 대한 지식을 고루 갖춘 융합형 경영자를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인턴에 나란히 합격하기도 했다. 올렉 씨는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등 산업이 눈 깜짝할 사이 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갖춘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