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회는 크게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나뉜다. 이들은 관련 법령에 의해 심의 자문 등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으로서의 처분권은 행정 각 부처에서 행사하는 게 원안이다.

한국은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독임형’ 행정 체계를 기본으로 한다. 위원회의 과도한 정책결정 참여는 국민이 대통령을 통해 각 부처 장관에게 위임한 행정처분권을 침해할 위험이 높다.

본지가 지난 5월 한 달간 각 부처 소속 45개 주요 위원회의 위원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공개’는 14곳(31%)에 그쳤다. ‘논의 중인 사항은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정보공개법이 금과옥조처럼 활용됐다.
"위원명단은 기밀"… '익명의 손'에 좌우되는 정부정책
공개를 가장 꺼린 곳은 교육부였다. 교육과정심의위·특수목적고지정위·교육국제화특구지정위·대학설립심사회 등 4개 위원회 명단에 대한 본지의 정보공개 청구를 모두 거절했다. 교육과정심의회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공개·비공개 고지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종결처리하기도 했다.

최근 큰 논란을 일으킨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변경안에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삭제’ 등 방침도 교육과정심의회 역사분과가 최종 결정한다.

로비 가능성을 이유로 비공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6년 5월 구성된 관세청 보세판매장(면세점)특허심사위는 ‘보세판매장 특허에 관한 고시’에서 ‘위원 전원의 소속, 직책과 성명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로비 가능성이 어떤 분야 못지않은 면세점 선정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한다.

위원회의 ‘위원 돌려막기’도 많았다. 규제개혁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심의위·농림식품과학기술위 등에 걸쳐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민변 출신으로 검찰과거사위원인 임선숙 이우스 변호사는 정부업무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인 원혜욱 인하대 교수는 (연합뉴스 뉴시스 등) 뉴스통신사업등록취소심의위원으로도 위촉돼 있다. 민변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대검찰청 검찰개혁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 위원으로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 근로자대표위원인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기획재정부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