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단순뇌물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그동안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자 단순뇌물죄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항소심 첫 재판 절차가 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 심리로 열렸다. 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주요 쟁점과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자리다. 1심 결과에 검찰만 항소한 만큼 이날 재판은 검찰의 항소 이유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재판과 ‘쌍둥이재판’으로 불리는 최순실 씨 재판의 공소장과 일치시키기 위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을 재판부에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에 제3자뇌물죄뿐만 아니라 단순뇌물죄도 모두 심리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며 “두 혐의 모두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1심과 이 부회장 항소심, 최씨의 1심 재판에서 모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과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받은 제3자뇌물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없어서 청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준 경우 처벌하는 것이다. 검찰이 부정한 청탁 부분을 입증하기 어려워지자 폭넓게 ‘단순 뇌물죄’ 적용을 추진한 것이란 분석이다.

검찰은 이날 1심이 일부 무죄로 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강요 혐의, 현대자동차에 최씨의 광고회사와 계약을 맺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에도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이 있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1심 형량에 대해서도 “1심이 롯데와 SK 관련 뇌물 혐의에서 피고인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선고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8일 1회 공판을 열기로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할 경우 22일 진행하기로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