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만 명 시대를 맞아 늘어나는 외국인 형사 사건에 대응하고자 대법원이 법정통역인 인증 제도를 추진 중이다. 검증된 법정통역인을 양성해 정확한 외국인 형사 재판을 하기 위해서다.

'법정통역인' 도입해 재판 質 높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29일 “검증된 통역인을 양성해 외국인 형사사건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고자 법정통역인 인증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정통역인은 법정에서 외국인 피고인 또는 증인 등을 위해 외국어를 한국어로 통역하는 일을 맡는다. 지금까지는 각급 법원이 통역인을 선발해 후보자 명단으로 관리하고, 이 중 통역인을 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뽑는 기준도 없고, 실제로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유학이나 거주 경험이 있으면 대부분 후보자로 선발하고 있어 주먹구구식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피고인인 형사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심에 접수된 외국인 피고인 사건은 총 4469건이다. 항소심(2심)까지 포함하면 6137건에 달한다. 2012년 3243건에 비해 37.8% 늘었다.

재판이 많아지고 사용 언어가 다양해지며 부정확한 사법 통역에 따른 위험이 커졌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외국인이 소수 언어 사용자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통역인은 많은 반면 아랍어·미얀마어·스리랑카어 등 소수어는 통역인을 구하기 어렵다.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통·번역인 후보자로 선발된 22개 언어(수화 제외) 226명 명단을 보면 아랍어·인도네시아어·파키스탄어·미얀마어 등은 후보자가 2명씩이다. 스리랑카어·포르투갈어·터키어 등은 1명씩이다.

그나마 있는 통역인도 전문성이 부족해 실전 투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통역인들이 법률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일부 재판에서 소수어→영어→한국어, 한국어→영어→소수어로 이어지는 이중 통역을 하는 이유다. 일부 종교 관련 재판에서는 통역인이 통역을 편향적으로 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원·검찰·경찰 등이 공동으로 법정통역인을 선발한 후 인증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법정통역인을 선발하고 법원이 인증 △사법부 자체적으로 법정통역인 후보자를 선발해 인증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