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2주일 앞두고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선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거와 관련해 후보 간 고소·고발은 물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커 이를 둘러싼 법률자문서비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한껏 드러내며 선거철 ‘반짝 특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선거에서 이긴 후보자의 ‘당선 무효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경우 사건 해결 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 상승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Law & Biz] 후보 간 고소·고발 급증… '선거철 특수' 로펌이 바빠졌다
선거운동 금지 규정만 200여 개

선거 사건은 크게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과 경찰 수사, 검찰 기소, 법원 판결로 이뤄지는데 일반인이 이들 모든 과정에 적절하게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법률 지식과 재판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지 규정만 200개가 넘는 데다 모호한 법조항도 많기 때문이다. 로펌들이 선거 수사와 재판 경험이 많은 법원, 검찰 출신 베테랑 변호사를 선거 TF에 대거 배치하는 이유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집계된 선거법 위반 건수는 벌써 1399명(21일 기준)에 이른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후보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직계가족, 선거사무장 등에 대한 자문이 급증하고 있다”며 “3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로펌을 찾는 행렬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후보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선관위에 적발되면 선거캠프 전체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로펌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보전선거비용 반환, 선거 관련 정치자금 몰수, 피선거권 제한 등 복잡한 이슈가 많아 ‘먹거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검찰·법원 출신 베테랑 대거 투입

로펌들은 선거 TF에 최대 20명에 가까운 변호사를 투입해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쳤다. 태평양은 경찰과 검찰, 법원 출신 변호사를 주축으로 TF를 구성했다. 수임 초기부터 협업을 통해 사건 진행 방향을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TF 소속 변호사는 모두 16명이다. 안영욱 전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9기), 성영훈 전 광주지검장(15기) 등이 포함됐다. 같은 팀 이진한 변호사(21기)는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실무 지침서인 ‘공직선거법 벌칙해설’ ‘정치자금법 벌칙해설’ 등의 집필을 주도하기도 했다. 태평양은 법률자문 외에도 사건이 미치는 정치적 파장과 여론 동향까지 분석해준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종은 강원선거관리위원장과 부산고등법원 선거전담재판부 재판장을 지낸 윤재윤 변호사(11기)를 팀장으로 세웠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변호사협회 법제위원장 등을 지낸 조용준 변호사(17기) 등 법원 출신 6명과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명동성 변호사(10기) 등 검찰 출신 6명 등 총 12명이 TF 팀원이다.

지평은 2014년 로펌 최초로 선거법 전문팀을 꾸린 이후 꾸준히 관련 업무를 강화해왔다. 임성택 변호사(27기)가 팀장을 맡고 법원에서 여러 선거재판 등을 담당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강성국 변호사(20기) 등으로 팀을 구성했다. 임 변호사는 “과거에는 금품 제공 관련 사건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정 정보를 선거전략으로 사용하기 전에 선거법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공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은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을 지낸 한명관 변호사(15기)를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자체 연구모임인 ‘공직선거연구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선거 사건의 최신 동향과 연구 사례들을 축적해 온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에는 당내 경선에서 경력 등을 허위 공표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항소심부터 변호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2013년 이후 총 12건의 관련 재판에서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화우는 검사 출신인 권오성 변호사(22기)와 판사 출신 유승남 변호사(18기)가 공동 팀장을 맡았다. 광장도 서울고법 선거전담부 부장판사 출신인 김용섭 변호사(16기)를 중심으로 TF를 꾸렸다.

당선 무효형 막으면 인지도 급상승

선거 사건은 로펌의 역량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당선자의 당선 무효 여부(벌금형 100만원 이상)를 건 송무 사건은 로펌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선거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재판부가 1주일에 변론기일을 2회씩 잡을 만큼 진행이 빠르다”며 “무죄나 유죄라고 하더라도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형량을 이끌어내면 로펌의 사건 수행 능력을 업계 안팎에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당선 무효형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면 국회와의 네트워크 강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로펌들의 설명이다.

공익적인 측면도 로펌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승남 화우 변호사는 “민주주의 선거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이 억울하게 당선 무효형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인 책임을 보여주는 것도 로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로펌업계는 선거 관련 자문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법인 자금을 다수 개인 명의로 나눠 국회의원 등을 후원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 사건’, 인터넷 포털업체가 특정 후보에 불리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을 급상승시키는 사건 등 기업 또한 선거법 위반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로펌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해당 팀을 상설 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