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일가의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처럼 피의자를 소환하고 기업을 압수수색하며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어서다.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외국환거래법 위반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대한항공 본사와 관련 업체를 다섯 차례 압수수색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소환조사했다. 특사경 제도는 전문분야 수사를 위해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1956년 도입됐으며 강제 수사와 소환조사, 통신 및 계좌 조회, 긴급체포, 체포영장 신청, 지명수배, 압수수색 등 경찰에 버금가는 수사권이 부여된다. 특사경은 법에서 정한 중앙부처나 지자체 가운데 소속 기관장의 제청과 지검장의 지명으로 임명되며 관할 지검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檢·警보다 무서운 특사경 2만명 시대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사경 인력은 1만9469명으로 전년(1만7462명)보다 11.5%(2007명) 증가했다. 2014년 1만50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사경이 송치한 사건도 지난해 9만9817건으로 전년(9만8758건)보다 1059건 늘었다. 올해 특사경 인력은 2만 명, 송치 사건도 10만 건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특사경 성격의 인력을 확보한 곳은 조세 범죄를 다루는 국세청으로 4424명에 달한다. 기업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단속하는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관 등 1670명의 특사경을 뒀다.

특사경이 포퓰리즘 수사로 흐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일선 구청의 자동차관리법 단속 외면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신 한 변호사는 “지역 민심을 우려한 나머지 대부분 구청장들은 공소시효 만료(3년)까지 사건을 방치해놓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수사하면서 관세청장이 주요 수사기밀을 언론에 누설하고 직접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 전 부사장 소환조사 당시 내용상 중죄가 아닌데도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그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일선 검사의 지휘를 받기보다 소속 기관장의 눈치를 보느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는 사례도 많다”며 “특사경의 수사가 무죄율이 높은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직 내에서 특사경을 ‘한직’으로 치부하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순환보직’ 대신 전문성을 높여 수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 내 특사경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별도의 부서 설립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