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을 계기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며 한 데 뭉쳤던 대한항공 직원들이 분열되고 있다.

28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등 3000여 명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민주노총 개입에 대한 찬반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회사 측에서 내부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보낸 ‘사축(회사의 가축)’ 아니냐며 서로를 향한 비난이 오갔다. 정치적 주장을 폈다는 이유로 강퇴당하는 이도 있었다.

외부 세력 개입과 관련한 갈등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난 27일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직원연대에 민주노총이 개입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노조 측은 직원연대가 집회를 열 때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간부가 준비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이 자신들을 ‘어용 노조’로 몰아세우고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 퇴진 운동이 4차 집회까지 이어졌지만 참가 인원 규모가 계속 작아지는 등 동력이 식어가는 것을 염려해 민주노총이 조직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직원연대는 원래 조 회장 일가 퇴진 운동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시적으로 구성된 비공식 조직이다. 하지만 퇴진 운동 집회를 거듭해가며 세를 불렸고, 25일 열린 4차 집회에서는 ‘대한항공직원연대’ 출범을 선언했다.

하지만 사측과 협상할 수 있는 건 노조뿐이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임락근/이수빈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