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경찰 출석 (사진 변성현 기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경찰 출석 (사진 변성현 기자)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한 의혹에 휩싸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푸른색 스카프를 매고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 이사장은 "피해자를 회유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 공사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밀친 혐의, 2013년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직원들에게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혐의, 운전기사를 겸한 수행기사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의 경찰 출두는 앞서 딸인 조현아, 조현민 자매에 이어 잇따라 소환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1일 '물벼락 갑질'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4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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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인 이명희 씨까지 경찰에 소환되면서 '물컵 갑질' 논란 이후 세 모녀가 5월 한달 동안 모두 취재진의 포토라인에 서면서 그야말로 '잔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경찰이 이명희 이사장에게 특수폭행과 상습폭행 등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일부 법조인들은 "아무리 갑질사건을 일으킨 재벌이라 해도, 유죄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의해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수폭행 혐의는 가해자가 가위 등 위험한 물건으로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했을 때 적용한다. 특수폭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이 이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에 따라 추가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이 이 이사장 수사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전례가 있어서다.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매실 음료를 뿌리고(폭행) 폭언과 고성으로 회의를 중단시킨(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조사 결과 조 전 전무가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도 하지 않았다며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다 업무방해 혐의도 법리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영장을 반려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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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했다. 업무방해 부분도 조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에게 일을 맡긴 것이기 때문에 법리에 맞는 것인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변호사는 "최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갑질'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무시당해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의 중요성을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전무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에도 "아무리 갑질사건을 일으킨 재벌이라 해도, 유죄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의해서 보호된다"면서 구속영장 청구 또한 "유죄확정판결 이전에 이뤄지는 구속은, 법문대로 증거인멸, 도주우려 등이 있는 경우에만 엄격히 이뤄져야지, 여론을 의식해서 개인의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형태의 구속이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가위를 던졌다면 살인미수다", "무기징역 가야한다", "갑질 행태에 철퇴를 가하자"며 강한 처벌을 원했지만 이에 반해 일부 네티즌들은 "다른 기업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텐데..두둔하는건 아니지만 좀 마녀사냥의 느낌이 있다 (andr****)", "공정한 심판이 되길! (gree****)", "특수폭행을 여기다 적용하네. 물론 이명희 이사장이 잘한건 하나도 없다만 국민정서 떼법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정서로 죄를 만들어 낸다면 한국의 법치는 죽은것이나 다름 없다 (sim0****)", "북한처럼 인민재판 하나 (blue****)", "모든 기업들 털어서 먼지 안나오겠나. 마음만 먹으면 다 걸리지. 기업 죽이기 그만해라 (tema****)", "솔직히 필리핀 가사도우미 쓴 게 포토라인 설 일이냐 (love****)"등의 의견으로 마녀사냥을 경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