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영 삼원산업사 대표가 광주광역시 본사 공장에서 신제품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동률 기자
김갑영 삼원산업사 대표가 광주광역시 본사 공장에서 신제품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동률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에어컨 열교환기 등을 생산하는 삼원산업사(대표 김갑영)는 2010~2011년 400억원대를 넘던 연매출이 2012년 300억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가전 대기업의 광주공장 생산 라인이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납품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생존전략으로 인력 감축을 논의하던 이 회사는 독자기술 개발로 위기를 돌파하기로 했다. 자체 R&D(연구개발)연구소를 설립하고 원천기술 확보에 재원을 투자했다. 2015년 매출을 500억원대로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는 970억원을 달성했다. 2013년 독자기술로 냉장고용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 상용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삼원산업사는 냉장고용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를 국내 가전 대기업에 이어 올 하반기 미국과 일본 가전 대기업에 납품한다고 23일 발표했다.

"맞춤형 가전 열교환기로 美·日 뚫었다"
열교환기는 냉매를 이용해 공기 온도를 낮춰주는 기기다. 에어컨과 냉장고, 정수기 등의 필수 부품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냉장고용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는 둥근 형태의 냉매 튜브를 긴 타원형으로 만들고 안을 잘게 분리해 냉매가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을 크게 늘린 것이 특징이다. 멀티 생산기술로 단가도 낮췄다. 이 기술은 대형 열교환기 1개를 생산해 5개 제품으로 분리하는 특허 기술이다.

김갑영 대표는 “수천만원대 자동차의 고가 부품으로만 쓰이던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를 기존 제품보다 성능은 30% 이상 높이고, 대량 생산으로 원가는 낮춰 냉장고에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며 “모든 가전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열교환기 성형이 가능한 것이 고유 기술”이라고 말했다.

열교환기를 제품에 사용하는 기업에 제안한 뒤 사흘 만에 맞춤도면을 설계할 수 있는 빠른 업무 처리도 이 회사의 장점이다. 제안받은 어떤 제품이라도 바로 시뮬레이션해 필요한 데이터와 요구 사항에 맞춘 도면과 샘플을 보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을 의뢰받은 제품을 구매해 그 제품에 맞는 열교환기를 붙인 시제품까지 개발할 수 있다”며 “최근엔 냉장고와 정수기를 생산하는 국내 여러 기업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기술 개발에 자신감을 얻은 이 회사는 2015년 전남 함평에 2공장을 짓고 자동차용 전선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2년 만에 전선다발을 압축해 경량화와 원가 절감이 가능한 압축도체(전선)를 개발했다. 기존 전선에 비해 자동차 연비 향상은 물론 노이즈 감소 등의 성능 개선을 이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달부터 압축도체를 양산해 국내 완성차 기업의 신차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와 압축도체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세계를 무대로 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미국과 일본 영업지사에 이어 독일과 중국에도 지사를 개설하고 2020년에는 자체 브랜드로 열교환기 관련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