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있는 한진중공업 부산공장. /한진중공업 제공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있는 한진중공업 부산공장. /한진중공업 제공
23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특수선 작업장에는 ‘유도고속 장착고속정’의 선체 골격 만들기 작업에 한창이었다. 해군의 노후화된 참수리급 고속정을 대체하기 위한 230t급 차기고속정으로 2019년 말 인도할 예정이다. 바로 옆에는 2020년 완공 목표로 ‘호버 크래프트’로 알려진 ‘공기부양 고속상륙정’의 틀에 내부시설을 구축하고 있었다. 전차와 병력을 싣고 최대 40노트의 속도로 상륙작전을 펼치는 역할을 맡는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홍보상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4척의 수주를 받아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며 “군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장점을 살려 특수선의 공공발주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대표 이윤희·사진)이 2대 주력 사업 분야인 조선과 건설 부문에서 수주와 연이은 호재를 맞이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新산업 갈아입는 부산] 한진중공업, 특수선 최고 기술력 갖춘 한진重… 조선·건설부문 부활 '뱃고동'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은 그동안 침체를 벗어나 서서히 부활의 청신호를 울리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내년까지 5조5000억원 규모의 특수선 공공발주가 예상되면서 한진중공업은 직접적인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최소 40척에 달하는 공공발주 물량 중 90% 이상이 군함이다. 영도조선소를 특수목적선 조선소로 특화시킨 한진중공업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지난 2년간 해군의 각종 함정과 해경 경비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22척을 수주해 특수선 전문 조선소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군의 두 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의 진수식도 지난 14일 영도조선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렸다. 진수식에는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강은호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 및 이윤희 사장과 방위사업청, 조선소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마라도함은 1만4500t급 수송함으로 최대속력은 23노트, 승조원 등 1000여 명의 병력과 장갑차, 차량 등의 수송능력을 보유하고 헬기 및 공기부양정 2대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대형 재해·재난 시 구조작전 지휘, 유사 시 재외국민 철수, 국제 평화유지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장의 한 작업자는 “무기체계를 탑재해 시운전을 거친 뒤 2020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최고의 기술로 최적의 군함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한진중공업은 선사들의 발주소식에 수주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현대상선이 20여 척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서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1월 프랑스 선사 CMA CGM이 발주한 2만1000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급 컨테이너 선박을 완벽히 만들어 인도했다”며 “국내 최초의 조선소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능력을 입증한 만큼 건조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윤희 사장은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산업의 이정표를 세운 조선 종가(宗家)이자 부산의 랜드마크 건축물을 시공한 부산의 상징적 기업”이라며 “대형 공사 수주를 이어가 회사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은 건설부문에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북항에 들어설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건립공사 시공사로 선정돼 23일 첫 삽을 떴다. 지난 4월 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대규모 수주를 한 이후 연이은 쾌거다. 2만9542㎡ 부지에 들어서게 될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연면적 5만1617㎡, 지하 2층과 지상 5층의 규모로 건립된다. 공사금액은 1384억원. 2022년에 준공된다. 동남권 최대 규모의 전문 공연장으로 자리 잡을 부산 오페라하우스에는 대극장 1800석, 소극장 300석과 전시실 및 각종 부대시설이 지어질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문화, 공연 시설 시공 실적이 이번 수주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인천국제공항 1~3단계 여객터미널 공사 등 전국 주요 도시의 대규모 국가기반시설을 시공한 경험이 있다. 2011년에는 문화와 공연 시설이자 국내 영화계의 상징적 건물인 영화의전당을 준공해 지역 랜드마크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게 될 문화 예술 건축물인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다시 한번 대형 건축물의 시공능력을 재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시가 진행하는 부산지역 정비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미 서대신 4, 5구역, 범천 4구역 등 정비사업에 참여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올해 부산시의 지역업체 용적률 인센티브 상향 첫 대상지인 연산5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특화설계를 제시하는 등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윤희 사장은 “올해를 한진중공업이 부활하는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삼아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은 꾸준히 구축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수선과 컨테이너 선박 시장에서 성적을 올리고, 건설은 문화와 예술시설과 공공건설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글로벌 조선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