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드루킹’ 김동원 씨(49·가운데)가 옥중편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왼쪽)를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했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오른쪽)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드루킹의 옥중편지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드루킹’ 김동원 씨(49·가운데)가 옥중편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왼쪽)를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했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오른쪽)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드루킹의 옥중편지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드루킹’ 김동원 씨(49)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사건의 주범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가 댓글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자 보고받은 사람이라는 내용의 자필편지를 보낸 것이다. 댓글 조작에 쓰인 프로그램(일명 킹크랩) 시연도 김 후보가 직접 본 뒤 작업을 승인했다는 주장이다. 검찰도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드루킹이 검찰에 김 후보와의 연루설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감형 등 수사 축소를 김 후보의 연루 내용 진술에 대한 조건으로 내걸어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드루킹의 주장이 맞다면 김 후보에 대해 네이버 업무방해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폭탄선물 드릴 테니 감형…”

윤대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의 ‘옥중편지’와 관련, “드루킹이 먼저 불법적인 제안을 해왔으나 검찰이 이를 거절했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드루킹은 전날 조선일보에 보낸 A4용지 9장 분량의 편지에서 “검찰이 당장 김 후보를 수사하고 잡아들일 것처럼 했지만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해명이지만 드루킹이 김 후보의 연루 사실을 밝힌 점을 인정한 셈이다. 드루킹은 “다른 피고인 조사 때 한 검사가 ‘김 후보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한 것을 들었다”고도 했다.
"댓글 지시자는 김경수" 라는데… 수사에 소극적인 檢·警
드루킹의 이 같은 주장에 검찰은 “작년 1월부터 1년 넘는 기간 동안 드루킹 일당이 2000여 개가 넘는 아이디로 댓글을 조작한 범죄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추가 기소도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김 후보와 관련된 진술을 빼라고 지시한 적이 없었다며 드루킹의 허위 사실 유포에는 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드루킹이 “검사님께 폭탄 선물을 드릴 테니 내 요구를 들어달라”며 공판 이틀 전인 지난 14일 면담을 요청했고 검찰이 들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강조했다. 드루킹과의 면담 내용을 녹화했고 필요하다면 언론에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드루킹이 16일 공판 때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기로 하면서 석방이 물 건너가자 낙심하면서 폭로한 것”이라며 “드루킹의 요구를 거절한 뒤 경찰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고 사이버수사대가 17일 이와 관련한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검경은 여전히 김경수 수사 소극적

검찰은 그러나 드루킹이 언론을 통해 밝힌 김 후보의 댓글조작 사건 연루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드루킹은 2016년 10월 경기 파주의 한 사무소에서 김 후보를 만나 킹크랩을 보여주며 “이것(댓글조작)을 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질 것 같다”며 승인을 요구했고 김 후보가 고개를 끄떡였다고 주장했다. 또 매일 작업한 기사 목록을 그에게 텔레그램 메신저 비밀방을 통해 일일 보고하고 가끔 ‘베스트 댓글’이 안 되면 김 후보가 이유를 되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 재수사 가능성과 관련해 검찰은 “드루킹이 조사를 거부해 한계가 있고 김 후보를 잡겠다는 표적과 목표로 수사하기보다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없는 박근혜 정부 당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과 ‘2007년 한나라당 댓글 조작 가능성’을 기자회견 내내 거론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국정원 사건 때처럼 여직원 한 명만 파악하고 수사를 끝내면 전모를 규명하기 어렵다”며 “2007년 대선 때 모당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어마어마한 댓글 조작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 소환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법조계에선 드루킹의 주장이 맞다면 김 후보도 업무방해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검 출신인 한 변호사는 “드루킹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드루킹과 함께 네이버 업무방해의 공범관계(공동정범)나 교사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조작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쳐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무집행을 방해했기 때문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 측은 드루킹의 주장을 두고 “황당한 소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찰도 ‘수사 중인 상황은 말하기 힘들다’며 드루킹 발언의 진위 확인을 거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