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침대’ 사태가 해당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사능 물질 관리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소비자원 등 정부와 관련 기관 관계자, 교수들이 참석했다. 라돈 침대가 특조위의 직접 소관 업무는 아니다. 그러나 특조위가 안전 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번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 시료도 못 구했다는 원안위

대진침대 피해 소비자들도 참석한 이날 점검회의에선 울음과 분노, 절망이 터져나왔다. 라돈 등 방사능 물질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원안위 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원안위 관계자는 “라돈 등은 주로 공기질로 관리해왔고 제품에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 급하게 해당 침대 제품의 커버를 구해 검사를 실시하다보니 검사결과를 번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지난 10일 1차 조사 결과, 해당 제품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법에서 정한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5일 2차 조사 발표에선 매트리스의 구성품인 ‘스펀지’를 추가하니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에 달한다고 결과를 뒤집었다. 이 관계자는 “아직 17개 매트리스 모델은 시료를 못 구했다”며 “8만8000개에 달하는 대상 매트리스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있으며 향후 업체의 대응계획을 받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표출했다. 네이버에서 피해자 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한 방청객은 “1200여명이 피해자 카페에 모여있다”며 “생산연도가 다양한 여러 매트리스 제품이 다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간호사 출신으로 2013년 혼수품으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를 구입했다는 배 모 씨는 “원안위와 환경부에 전화를 걸면 라돈과 토륨 등 방사능 물질별로 서로 소관 기관이 상대방이라고 떠넘기는 데 어디에 물어야 할지 답답하다”며 “6개월 된 아이와 침대에서 먹고 놀고 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도 “2010년 딸 혼수로 제품을 구매했는데 딸이 남편따라 미국으로 가면서 침대도 가지고 갔다”며 “해외 있는 제품도 수거해달라”고 말했다.

대진침대 구매자들은 빠른 회수와 방사능 수치 검사를 요구했다. 침대는 부피가 커서 따로 분리하기가 힘든데다 집 밖으로 내놓으려고 해도 관리실이나 이웃 주민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진침대의 제품 회수 일정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년 전에도 불거진 문제 ‘방치’

대진침대에 사용된 모나자이트 등 자연방사능 방출 특성이 있는 희토류 광물질에 대한 우려는 이미 10년 전에도 있었다. 모나자이트는 2007년 시중에서 판매된 한 회사의 이른바 ‘건강 침대’에 사용됐다. 여기서 방사능 유출 문제가 터졌다.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일 6시간 이상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연간 방사능 피폭선량이 일반인 허용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보다 최대 9%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같은 해 생활·소비재 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온열 매트, 음이온 건강 팔찌 등 일부 제품에서 방사성 토륨이 검출됐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의 방사능 검출량을 규제하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이 2012년부터 시행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모나자이트 등 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료물질이나 공정부산물의 종류, 수량, 유통 경로 등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 최근에야 “유통된 모나자이트를 원료로 쓴 다른 제품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활방사성 물질 안전 관리에 구멍 난 셈이다.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각종 음이온 제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안종주 특조위 위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이번 라돈 침대 사태는 매우 유사하다”며 “우리가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이지만, 큰 사태로 번졌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수 30여명을 둔 중소기업인 대진침대가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정부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보상·역학조사 등 해결 과제 ‘산적’

이날 생활용품을 통해 이같은 대량 인원이 방사능에 피폭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방사능 물질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집단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도 1600명을 넘어섰다. 대진침대를 사용한 후 질병을 얻거나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6일까지 대진침대와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문의는 990건이다. 이 중 집단분쟁조정 신청 참여 의사를 밝힌 건수는 60건이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현재로서 라돈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장기적으로 폐암이 가장 유력하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환에 대해선 범정부 차원에서 다시 논의하고 향후 장기 추적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