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법률회사)들이 잇따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 사무소를 열고 있다. 대기업과 정보기술(IT) 업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판교로 몰려들면서 기업 법률자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11일 판교에 분사무소를 개소했다. 세종도 이달 하순 분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광장과 화우도 판교사무소 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로펌 가운데는 이미 자리를 잡은 곳도 있다. 한결, 넥서스 등이다.

사무소를 열 때 까다로운 법무부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로펌들의 ‘판교 러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대형로펌은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창원, 여수 등 대기업이 밀집한 도시에서조차 사무소를 별도로 두지 않았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고객 밀착 서비스를 강화하고 늘어나는 지식재산권, IT, 노동, 금융 등 이 지역 법률자문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판교동 일대는 IT기업,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입주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306개 기업이 입주했고, 7만473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연 매출만 77조원에 달한다. 판교에는 SK가스, SK케미칼, SK플래닛 등 SK그룹 계열사 본사가 입주해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도 분당이나 판교에 사옥이 있다. ‘IT밸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네이버 본사와 KT 사옥도 들어섰다.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회사 본사도 몰려있다. 게임회사 블루홀도 곧 판교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대기업들의 추가 입주도 예정돼 있다. 수도권의 기술인력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는 게 ‘판교행’의 배경이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까지 7000여 명의 기술 인력이 일할 수 있는 규모의 판교 R&D센터를 신설키로 했다. 두산그룹도 2020년 분당사옥이 완공되면 계열사의 서울사무소를 분당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세종 관계자는 “2020년에는 제2판교 테크노벨리가 세워지는 등 이 지역 법률자문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