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혁신원장 직접 맡아 '혁신 인재' 양성 지휘
포스텍과 캠퍼스 공유… AI에 맞설 융합형 인재 육성
2학기부터 문·이과 막론하고 모든 학생 코딩교육 시작
새 실험은 꼭 규제 부딪혀… 입시도 대학자율에 맡겨야
“인공지능(AI)과 경쟁해서 이길 인재가 필요하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65)은 연세대 개교 133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양성해야 할 인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총장은 “지식 습득이나 복잡한 수학 계산 등의 분야에서는 인간이 절대 AI를 이길 수 없다”며 “알파고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앞으로 나올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지식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감성 영역에선 여전히 인간이 비교우위가 있다”며 “대학 교육은 이런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 교육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김 총장의 지론이다. 2016년 총장 취임 초기부터 ‘교육혁신’을 외친 이유다. 지난 3월에는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혁신하기 위해 고등교육혁신원을 총장 직속 기구로 출범시켰다. 김 총장은 대학교육이 달라지려면 입시정책이 180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지난 12일 연세대 언더우드관에 있는 집무실에서 대학혁신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AI 열풍이 대학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있습니까.
“대학에서 영어를 배우는 건 10년 전 얘기죠. 이제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디지털 언어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영어는 다 잘합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컴퓨터가 하나의 언어가 됐어요. 올해 2학기부터 문·이과를 막론하고 전교생에게 코딩 교육을 시작합니다. 2018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어도비 솔루션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로 발표 자료도 만들고 디자인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가 원하는 인재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각각 재능이 다른 학생을 다양하게 뽑고 싶죠.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마인드를 기르려면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야 합니다. 성적순으로 줄 세워서 뽑는 입시전형에서 벗어나야 다양한 학생을 뽑을 수 있습니다. 수시 전형을 다변화해야 하는 이유죠.”
▷3월 출범한 고등교육혁신원도 이런 변화의 일환인가요.
“맞습니다. 사회혁신적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작년 10월 협약을 맺어 5년간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원장으로 부임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최우선 순위로 챙기면서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혁신적 인재’라고 하면 다소 모호하게 들립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인가요.
“간단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실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인재예요. 비판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머리만 똑똑한 게 아니라 사회 공동체적 문제에 관심을 둘 만큼 마음도 따뜻해야 하고요.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고 소통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배우는 공부보다 몸으로 부딪쳐 배우는 공부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인재를 어떻게 길러냅니까.
“수업 방식부터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플립드 클래스룸’이라고 하는데요. 단순 지식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토론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는 거죠. 작년부터 학부생에게도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작년 70개 팀에 연구비를 지원했는데 올해는 100곳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교육혁신이 학과 차원에서만 이뤄져 학과 간 협업은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융합교육이 중요합니다. 논문 생산성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는 경우는 드물어졌지만 학문을 융합한 논문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2학기부터 포스텍과 캠퍼스를 공유하는 것도 융합 교육의 필요성을 서로가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포스텍이 보유한 방사광가속기 두 대도 함께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인천 송도에 확보한 연구부지에도 포스텍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바이오, 블록체인, 배터리, 스마트시티 등 분야에서 협력할 부분이 많습니다.”
▷송도캠퍼스에 블록체인을 전면 도입한다고 들었습니다.
“2020년까지 송도캠퍼스를 ‘블록체인 캠퍼스’로 탈바꿈시킬 방침입니다. 국내 대학으로선 처음입니다. 학사 행정 시스템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일일이 재학증명서나 성적증명서 등을 떼러 왔다갔다할 필요가 없어지고 수많은 서류작업이 간소화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조작하는 등 해킹 위험도 크게 줄어들고요. 수강신청을 할 때도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밤샘 대기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강의 코인으로 원하는 강의 수강권을 구입하면 됩니다. 연세대는 이미 ‘마일리지’라는 가상화폐를 학생들에게 제공한 뒤 자신의 화폐로 강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인기 있는 강의는 상대적으로 학생이 몰리면서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강신청 과정에서부터 시장경제를 경험할 수 있지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도 있습니까.
“그럼요. 학생들에게서 블록체인사업 아이디어를 모집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키워낼 생각입니다. 사업모델을 갖춘 학생에게는 학교 캠퍼스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시행해볼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지원해주려고 합니다.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회사들이 있어서 협업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런 혁신에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실험을 하면 반드시 규제에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포스텍과 캠퍼스를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그랬습니다. 각 학교 교수를 서로 겸직 발령내고 싶어도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대학 정원도 규제를 받죠. 교육 질이 높은 대학은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돼야 하는데 그걸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입니다.”
▷입시제도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요.
“국내 입시는 아직도 대학을 인재 양성이나 기술 개발, 사회 혁신 장려가 아니라 부의 재분배와 형평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로 인해 정치적 논리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되고 있지요. 대학 입시를 자율에 맡겨 각 학교가 원하는 인재를 원하는 방식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입시 비리가 걱정된다면 선발 과정을 시민단체 등에 투명하게 공개할 의향도 있습니다.”
■ 김용학 총장은… 국내 처음 '사회연결망 이론'… 연구한 한국 대표 사회학자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국내에서 사회연결망 이론을 최초로 연구한 대표 사회학자로 손꼽힌다. ‘모든 사람은 6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는 법칙으로 잘 알려진 사회연결망 이론은 사람 간 관계를 통해 사회 현상을 설명한다. 김 총장은 2006년 세계 첫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를 연구해 한국인들이 온라인에서 평균 4.3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2003년 집필한 저서 《사회연결망 이론》은 같은 해 문화관광부 우수 도서로 선정됐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또 다른 저서 《사회연결망 분석》이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 도서로 뽑혔다. 김 총장은 세계 최고 권위의 사회학 학술지로 꼽히는 ‘미국사회학저널(AJS)’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다른 해외 저명 학술지 ‘이성과 사회(RTSOEG)’의 편집위원도 1994년부터 맡고 있다.
1980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1986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7년 모교로 부임했다. 이어 사회학과장, 입학처장, 사회과학대학장, 행정대학원장 등을 거쳐 2016년 18대 총장에 올랐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1997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1997~1998년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위원을 지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3일 부산 해운대구 경남정보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사업 성과 토론회'를 연다고 2일 밝혔다. '신산업분야 특화 전문대학 지원사업'은 전문대학이 산업 변화에 발맞춰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산학연 연계를 통해 기술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1년에 9개 분야 12개 전문대학을 뽑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반도체 분야에서 2곳을 추가로 선정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사업에 참가 중인 12개 전문대학이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성과물도 전시한다. 최창익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은 "많은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수준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문대학이 산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협력하고, 학생들이 산업변화에 따라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지역 교육청의 ‘돈 뿌리기’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20만~30만원의 입학준비금을 주고 노트북, 태블릿PC 같은 스마트기기도 공짜로 나눠준다. 저출산 대책에 써도 모자랄 세금이 각종 선심성 정책에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교육청은 1일 관내 초·중·고교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준비금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초등학교는 1인당 20만원, 중·고교는 1인당 30만원을 지급한다. 2021년까지 중·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주던 것을 작년부터 초등학교로 범위를 넓혔다. 올해 서울교육청이 편성한 입학지원금 예산은 576억원에 달한다.입학지원금은 교육청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광주교육청도 올해부터 초등학교 신입생에게 10만원, 중·고교 신입생에게 25만원의 입학지원금을 준다. 경북교육청도 중·고교 신입생과 초등 3학년에게 진학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20만원을 지급한다. 부산교육청은 올해부터 1인당 7만원의 졸업앨범비를 지원한다.노트북 등 스마트기기 지급은 교육청의 기본 예산으로 자리잡았다. 서울교육청은 스마트기기를 지급하는 ‘디벗’ 사업 대상을 지난해 중학교 1학년에서 올해 고교 1학년으로 확대했다. 인천교육청은 초등 4학년~고교 3학년 학생에게 노트북을 보급하기 위해 예산 1029억원을 책정했다. 교무실, 체육관 등 멀쩡한 시설을 뜯어고치는 학교도 매년 늘고 있다.최만수 기자
"경쟁력 강화·정주여건 개선 기대"…지자체 교육행정 전문성 지적도 정부가 1일 2조원 규모의 지역대학 지원사업 체계를 수술하기로 한 것은 규제 완화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비수도권 대학과 지역이 함께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경쟁력을 잃은 지역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이고, 이 때문에 주민들은 더 좋은 교육여건과 직장을 찾아 다시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육행정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번 사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지역·대학 같이 소멸하는 극단적 위기 올 수 있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로 표현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학과는 전국에 26개(14개 대학)였는데 모두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은 68개였는데 59곳(86.8%)이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시모집 지원 기회가 3번인 점을 고려하면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이 안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전망은 현 상황보다 더 암울하다. 2021년 태어난 출생아는 26만500명에 그쳤고, 작년 11월 출생아는 1만8천982명으로 월간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후 11월 기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학생 수가 계속 줄면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잃고 청년층은 수도권 소재 대학과 기업으로 향하는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현재 대학 입학정원이 47만명인데 2021년 출생아 26만명 중 70%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