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싸고 영어강좌 많아…작년 유학온 한국 학생 1천명 넘어
"1학년 25%가 유학생인 경우도…강의 질 떨어지고 교육평등 침해"


앞으로 외국 학생들의 네덜란드 대학 유학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대학은 학비가 저렴한 데다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많이 편성돼 있어 지난 10년간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했다.

하지만 영어 수업이 늘어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영어 수업에 대한 부담을 느낀 일부 국내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 논란이 돼왔다.

최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대학협회(VSNU)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하는 것을 제한하기를 원한다며 이르면 14일 네덜란드 교육부에 대학 국제화 문제에 대한 건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VSNU 측은 건의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담을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지만, 단순히 새로운 학생 입학 허가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문제에 대해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고 네덜란드 공영 NOS 방송은 전했다.
네덜란드 유학 어려워질 듯… 대학들, 외국 유학생 수 제한 추진
네덜란드 교육 당국도 그동안 대학들이 단지 학생 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영어 교육과정을 제공해왔다며 네덜란드 대학 내에서 영어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비판해왔다.

지난 1월 네덜란드 일간지 파룰(Parool)은 암스테르담대학(UvA)의 경우 등록 학생 가운데 15%가 유학생이고, 특히 1학년의 경우 유학생 비율이 25%에 달한다며 최근의 유학생 급증 실태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UvA 일부 강의실의 경우 특정 국가 출신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UvA에는 특히 최근 들어 독일과 중국 출신 유학생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서는 네덜란드 대학에서 네덜란드어로 진행해온 수업을 영어 수업으로 바꿀 경우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대학생들도 VSNU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대학생 조직인 ISO의 핵심관계자는 NOS와의 인터뷰에서 VSNU가 외국 유학생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진 데 대해 "대학들이 이제야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우린 오래전부터 국제 유학생을 유치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학생이 교수님들의 영어 실력이 네덜란드어 강의와 같은 수준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만큼 훌륭하지 않다고 우리에게 불평한다"며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네덜란드어 수업과) 같은 깊이로 교육적 토론을 벌일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네덜란드 고등교육 국제협력기구인 '누픽(Nuffic)'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네덜란드 대학에 등록한 국제 유학생은 8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네덜란드로 유학 온 국제학생 수는 네 배로 늘어났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교육 목적으로 네덜란드에서 3개월 이상 체류하기 위해 작년에 거주증을 처음 신청한 한국 출신도 1천39명에 달해 예전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유학생이 계속 불어남에 따라 유학생 증가를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유학 허가 인터뷰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유학 어려워질 듯… 대학들, 외국 유학생 수 제한 추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