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다음달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내놓기로 한 것은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초과근로수당을 미리 책정하는 포괄임금제가 근로자들에게 ‘공짜 야근’을 강요한다고 보고 있다. 장시간 근로를 없애기 위해서는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노동계 "공짜 야근 부르는 제도"… 경제계 "장시간 근로와는 무관"
정보기술(IT)업계의 장시간 근로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포괄임금제 논란에 불이 붙었다. 2016년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현 넷마블) 소속 20, 30대 직원이 잇따라 과로사·돌연사한 것을 계기로 IT업계의 장시간 근로가 도마에 올랐다. 고용부가 지난해 5월 넷마블 계열사 12곳을 대상으로 특별 근로감독을 한 결과 전체 3250명의 근로자 가운데 63.3%인 2057명이 법이 허용하는 주당 연장근로시간(12시간)을 넘겨 주 6시간씩 더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자 노동계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넷마블 근로자들을 대신해 회사 측 전·현직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에는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 지회도 생겼다. 네이버 설립 19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2018 임단투 지침’을 통해 “포괄임금제의 무분별한 남용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지침을 통해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법정수당의 산정방법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관행으로,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계에서는 ‘포괄임금제=나쁜 제도’라고 등식화하는 노동계 주장은 지나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업주가 초과근로수당을 덜 주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는 사례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사업장은 노사 자율성과 임금계산 편의 등의 장점 때문에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포괄임금제 도입과 장시간 근로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도 포괄임금제 지침이 ‘금지령’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음달 나올 지침은 포괄임금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통일되고 일관된 기준으로 근로감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