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10년' 맞은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요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서울 신림동의 변호사시험 학원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출범 열 돌을 맞아 10일 한양대에서 만난 이형규 이사장(사진)은 ‘로스쿨 국내 도입 10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짙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사법시험 시절보다 다양한 대학과 전공 출신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성과”라면서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지금부터 변호사시험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2016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이끌어왔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이 모여 로스쿨 전반의 제도와 운영을 논의하는 단체다. 한양대 로스쿨 원장도 맡고 있는 이 이사장은 수도권과 지방 소재 로스쿨, 국공립 로스쿨과 사립 로스쿨 간 발생하는 이견을 모으고 조율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이 이사장은 로스쿨 교육을 왜곡시킨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나치게 어려운 변시와 낮은 합격률’을 꼽았다. “변시 난이도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합격률은 떨어지다 보니 로스쿨이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설명이다.

로스쿨 1, 2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해외 인턴도 요즘엔 변시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지원자가 드물다. 그는 “들어올 때 인권, 조세,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하던 학생들도 결국 변시 과목 위주로 수강신청하고 무의미한 판례들을 암기하느라 바쁘다”며 “로스쿨별 특성화 교육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이사장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변시의 ‘자격시험화’다.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사람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합격시키는 자격시험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질이 부족한 변호사가 배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로스쿨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우수한 인재임이 증명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지금보다 늘려 기업, 공공분야, 국제무대 등으로 다양하게 진출하게 하고 변호사가 없는 ‘무변촌’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과당 경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변호사업계만 경쟁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방대 출신이나 취약 계층 선발을 일정 비율 의무화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지방의 경우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합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변시 합격문을 넓히지 않고 특별전형 입학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후 로스쿨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묻자 세상을 바꾸는 ‘인간적’인 법조인을 길러내고 싶다고 했다. “변화하는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새 판례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공지능 변호사가 못하는 인간 법조인만의 영역 아니겠습니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